[기고/허남용]표준화는 자율車 현실화의 숨은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8일 03시 00분


허남용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허남용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허남용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영화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신선한 자극을 준다. 최근 개봉된 ‘업그레이드’가 그랬다. 인공지능(AI) 비서와 자율주행차를 타고 안락하게 출퇴근하는 것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의 장면을 보고 적지 않은 흥분과 설렘을 느꼈다.

이미 아우디 도요타 GM 등 자동차 메이커의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차 출시가 이뤄지고 있고 구글 애플 바이두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우버 같은 차량공유업계는 자율택시와 자율셔틀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자동차에 부착된 카메라, 라이더(Ridar) 등 센서와 접목하여 물체 인식률을 높이는 인공지능이 가미된 차량용 반도체, 자율주행 테스트를 통한 빅데이터 구축으로 완전한 자율주행에 다가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일상화를 위해서는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호환성과 안전성 및 방향성을 주는 표준이다. 차량용 반도체(ECU), 센서 제어 시스템, 차량 내·외부 통신, 초정밀 맵 등이 주요 표준화 대상이다. 현재 자동차 중심의 ISO TC 22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지능형 교통체계 기반인 ISO TC 204에서 자율주행차 국제표준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국제표준화 회의는 국가·기업·전문가 간 협력의 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보면 총성 없는 전쟁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자율주행차 표준화기구 기술위원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국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정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IEC)의 대표 기관으로서 표준 전문가를 육성하고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우리 스스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상징인 자율주행차 표준 경쟁에 대비하고 선도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이며 의지이다.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TC 204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자율주행 중 고장이 나면 갓길로 이동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등 안전성 관련 표준 개발을 국내 자동차기업과 연구기관이 공동 주도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산학연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 및 국내 표준전문가 임원 진출이 확대될 것이다.

영화 속 자율주행차에 대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숨은 힘’은 치열한 표준화 작업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서 앞선 자율주행차 선진국들이 앞다퉈 표준 영역을 점령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표준을 선도해 영화 속 ‘제트(Z)카’를 완성하는 꿈을 꿔본다. 자율주행차 산업의 ‘퍼스트 무버’를 말이다.

허남용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하남용#표준화#자율자동차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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