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명수]구한말 환경재앙 잊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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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수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한명수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한반도가 타들어갔다. 계곡도 바닥을 드러내고 저수량은 50%대 붕괴가 임박했다. 전국 최대 나주호의 저수율은 22%, 예당저수지는 30%까지 떨어졌다. 공업용수마저 중단된다면 수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전력예비율마저 급감해 폭염에 시달리는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사실 경제적 피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 점점 극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100년 또는 200년 주기의 재해에 대한 대비가 더 절실하다.

구한말 환경재앙의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1884∼1910년 한반도에는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졌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연평균 강수량이 400∼600mm 이하의 극심한 가뭄이 2∼4년에 한 번꼴로 이어졌다. 1901년 연간 강수량은 400mm 이하였다. 당시 신문은 ‘조선에서는 기아와 질병으로 수많은 인명 손실이 발생하였다. 도심지 전체가 폐허처럼 변했고, 관할 관청은 관리 기능을 상실하였다. 생고에 시달린 백성들이 폭도로 돌변하였으며, 평화를 사랑하고, 사회질서를 준수하던 백성들은 배고픔에서 벗어나고, 가족 생계를 지키기 위해 인근 가호를 약탈하거나 사회질서를 무시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모든 마을에 굶주림이 만연하였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연평균 강수량이 1274mm로 세계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높지만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나마 국토의 70%가 산이라서 생태자원을 보존하는 데 유리한 점은 다행이다. 비좁은 땅에 사람이 많아 두메산골이라도 인간의 간섭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인위적인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현명한 치산치수(治山治水)가 필요하다. 한국은 비좁은 국토에 자원이 빈약한 에너지 수입국이다.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은 정치적 논쟁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젠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수자원, 녹조 문제를 과학기술로 풀어보자. 분명한 것은 녹조 발생도 제어하고 수자원도 확보하는 지혜를 과학기술로부터 얻을 수 있다. 과학자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폭염과 가뭄은 녹조 발생과 밀접하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면 부영양화가 악화되고 체류 시간도 길어져 녹조 발생은 불가피하다. 친환경 녹조 제어 기술 개발은 수자원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미래 핵심 생태 기술이다. 극심한 가뭄에는 녹조가 발생한 물이라도 농업 및 산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대규모 녹조를 제어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기술을 발굴하고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으로 개발한 신기술이 미덥지 못하다면 한시적으로 시장에 공개해 검증을 받거나 문제점을 해결하기를 제안한다. 100년 또는 200년 주기의 환경 재앙에 대응하는 국가 재난 안전망 전략이 없다면 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까.

한명수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환경재앙#4대강#폭염#가뭄#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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