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인규]자연유산 등재, 남북이 함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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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위원장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위원장
6월 한국의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좁은 국토 면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존하는 나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유산이 지닌 가치는 높아져 더 많은 세계유산을 가진 나라일수록 더 품격 있는 나라로 대접받게 된다. 앞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종전 후 인적이 끊겨 자연성을 고스란히 회복한 휴전선 일대가 꼽히고 있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잇는 백두대간 일원과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주목받는 강원 철원, 서해안 갯벌 지역의 자연생태계가 후보지로 오르고 있다. 3곳은 모두 남북한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 준비를 해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는 곳이다.

남북한이 함께 등재를 준비할 수 있다면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지역이 등재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설악산은 1995년 이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한 경험이 있다. 지역 상인들이 세계유산 등재로 생업에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정부 차원에서 신청을 철회했다. 북한도 금강산의 세계유산 신청을 오래전부터 고려해 왔으며 현재 단독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잇는 비무장지대와 백두대간 지역은 원시적 생태계가 남아 있어 많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철원 일대의 철새 도래지는 세계적으로 수천 마리밖에 남지 않은 두루미의 월동지로 전 세계 두루미의 약 10%가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다. 두루미는 1980년대까지 북한 강원 안변군 비산리 일대에서 월동했으나 1990년대부터 이 지역이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바뀌어 철원으로 이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이 힘을 합하면 철새 도래지를 남북한이 공유하는 세계적인 자연유산 명소가 될 것이다.

서해안 갯벌 지역은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종인 저어새 서식지이고, 이 일대 갯벌의 자연생태계는 남해안의 갯벌과는 구별되는 학술적인 특성을 지녀 고유 자연생태계의 특성을 보존하고 있다. 강화도 일대는 문화적인 유산도 많아 자연과 문화를 함께 아우르는 세계복합유산의 지정 가능성도 검토해볼 만한 유일한 곳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가져다주는 국가적인 이익은 단순히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오늘과 같은 폭발적인 관광 붐을 일으킨 것은 그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위원장
#자연유산#세계문화유산#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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