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현수]로컬푸드,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모두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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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행복한 정거장.’

전북 완주군 어느 식당의 얘기다. ‘농업과 밥상이 함께 살아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이곳은 지역 농업인들이 키운 농산물을 사용하는 뷔페식 식당이다. 곳곳에는 밭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부부와 곡식을 말리는 할머니 등 웃음꽃을 피운 생산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 주인공들이 당일 생산한 질 좋은 농산물로 음식을 만든다. 재료가 신선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이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농업인의 소득이 높아져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

소득이 높아지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다양한 식재료로 식탁은 풍요로워졌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고 먹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농업인의 사정은 어떨까. 인근 지역에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소비처가 제한돼 원거리 도매시장에 물건을 출하한다. 제값을 받거나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누가 먹을지 짐작하기도 어려워졌다. 복잡하고 긴 유통거리만큼이나 생산자와 소비자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도 멀어졌다.

최근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은 지역의 농업인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농식품을 생산해 매장에 진열하고 소비자는 바로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소비자는 싼값에 신선한 농식품을 구매하고 농업인은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것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파머스마켓(농민시장)’의 형태로 로컬푸드 소비가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전북 완주를 시작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로컬푸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현재 전국에 188개의 로컬푸드 매장이 성업 중이다.

완주의 사례처럼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지역에서 더 소비하려는 계획이 ‘지역 푸드플랜’이다. 로컬푸드 매장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학교 등 급식과 취약계층 식품 지원에도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농산물을 우선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먹거리 선순환 체계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9개 선도 지자체를 선정해 계획 수립에 필요한 연구용역비를 지원하고 관련 공무원과 영양사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민선 7기가 시작됐다. 신임 지자체장들의 첫 임무로 지역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면 좋겠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연결고리가 가깝고 튼튼할수록 소비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신뢰한다. 농업인은 내 가족을 먹이는 마음으로 배려의 생산을 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는 자연스레 활기를 찾게 된다. 잘 먹고 잘사는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를 푸드플랜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농업#로컬푸드 매장#지역 푸드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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