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현]미세먼지 대책이 산업보다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영화 ‘앤트맨’은 인간이 개미만 한 크기로 축소돼 악당을 물리친다. 본인보다 수십 배 큰 상대의 구석구석을 침투해 못살게 군다. 너무 작으니 잡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크고 강한 힘은 작고 빠른 움직임에 무너진다. 우리에겐 지금 ‘미세먼지’가 그렇다. 작은 크기로 폐포 깊숙이 침투해 병을 만드는데,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디젤 엔진은 연료를 분사할 때 최대한 잘게 쪼개 연소실에 분사해야 한다. 그래야 산소와 만나는 면적이 넓어져 잘 탄다. 잘 타면 폭발력이 좋아져 연비가 좋아지고 엔진은 잘 팔린다.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 디젤 엔진은 연료를 더 미세하게 쪼갠다. 점점 작게 쪼개니 배출가스의 성분도 비례해서 작아진다. 미세한 입자는 ‘앤트맨’이 돼 인체에 쉽고 빠르게 침투한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는 환경보호에는 유리하나 관련 산업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과 미국은 이와 관련해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독일 라이프치히 연방행정법원은 대기오염이 심각한 기간에 모든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바람대로 ‘연비 강화 정책’을 폐기하고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수도권 대기 환경오염 대책은 주로 노후 디젤 차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질이 악화되면 차량 2부제, 친환경차 보급 등의 정책을 펴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되지는 못한다. 맑고 청명한 하늘을 기대하려면 독일처럼 정상적인 디젤 차량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정책은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독일에서는 디젤 자동차의 판매율이 10%나 하락했고 그 공백을 전기차,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메웠다. 아직 친환경 자동차의 인프라와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한 국내 자동차기업들은 디젤 자동차에 의지하는 비율이 높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과 환경보호를 모두 고려해 고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지금도 숨을 쉬어야 하고 폐는 미세먼지의 공격을 받는다. 중국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목표량을 설정하고 지방 정부에 경쟁을 유도했다. 차량 2부제는 물론 배출가스가 심할 때는 외부에서 고기마저 굽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괄목할 만한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독일, 중국처럼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여러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고 각계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자동차산업 등 희생을 감내해야 할 국민적 동의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아이들의 건강과 다음 세대가 숨쉬어야 할 공기에 대한 책임을 한시라도 미룰 수 없다. 현재 내가 숨을 쉴 때도 미세먼지라는 ‘앤트맨’은 빠른 속도로 내 몸에 침투하고 있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미세먼지 대책#자동차 배출가스 규제#환경보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