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용]트럼프와 이방카의 ‘3대 일자리 戰線’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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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맞서 일자리 지키기… 한국은 아직도 영점조준 못해

박용 뉴욕 특파원
박용 뉴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에서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꽤 짧은 기간에 6만 개 공장, 적어도 6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의 본질이 ‘일자리 전쟁’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콕 집어 겨냥했다. 하지만 ‘사라진 일자리’는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키워준 세계화에 따른 공장 이전 및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의 노동력 대체가 주요 원인이라는 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기 위한 전쟁부터 시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의 이론가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무역전쟁의 야전 사령관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보호무역 매파를 전진 배치시켰다. ‘일자리 전쟁의 전시내각’을 가동하고 관세 폭탄을 떨어뜨렸다.

두 번째 전쟁은 자동화된 세계의 미래 첨단 기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의 핵심 산업인 무인자동차, 로보틱스, 반도체 등에 관세 폭탄을 투하해 도전자의 싹을 자를 기세다.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해 첨단 기술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동맹국의 ‘참전’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마지막 전선은 미국 내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던 날 백악관은 미국 노동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인들이 고품질 교육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접근하지 못해 많은 일자리들이 채워지지 않고 있으며, 기업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식 도제 교육을 대학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 같은 ‘스킬 갭(Skill Gap·기술 격차)’ 해결에 나섰다. 이 전선의 최전방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뛰고 있다. 최근 아이오아주 워키혁신교육센터를 방문한 이방카 보좌관은 “우리는 너무 오래 실용적인 교육과 ‘기술 기반 학습(Skill based learning)’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악의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한국은 17년 만의 최저실업률을 보이는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렵다. 세계화로 인한 일자리 증발과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맞서 일자리를 지키면서 미국처럼 젊은이들의 ‘스킬 갭’을 줄이는 응전체제를 갖춰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장까지 맡았지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단기 대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재정지원 청년일자리 사업 중 직업훈련 예산은 13.7% 줄었는데 정부가 돈을 쥐여줘야 하는 고용장려금은 118.9% 늘었다.

“청년실업이 최악이라는데 청년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왜 높은가요?” 뉴욕에서 일하는 한 주재원은 미국인 동료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 청년들이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 사고할 정도로 성숙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의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비트코인 규제에 청년층의 지지율이 흔들린 걸 보면 시간이 정부의 편만은 아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청년 일자리 정책의 영점 조준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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