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편지/이광구]평화 올림픽 만들려면 대북방송 잠시 멈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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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의 평화전망대가 있는 마을에 산다. 마을에서 북한까지 2km 정도밖에 안 되는 최전방이다. 당연히 마을에 들어가려면 해병대 검문소를 거쳐야 하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옛날에는 서울을 드나드는 배들이 머물렀고, 주막을 비롯한 600가구가 살았던 번화가였다. 우시장과 도살장도 있었고, 파출소도 이곳에 있었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개성 상인들이 이곳 술집에 와서 놀다 가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양사면 주민 수가 1800명밖에 안 되는, 강화에서도 서도면을 제외하면 사람이 가장 적게 사는 낙후지역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이곳에서 개성 쪽으로 다리를 놓겠다는 계획도 있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까마득한 옛일이 돼버렸다. 바로 옆 교동도에 개성공단과 같은 평화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잊혀진 지 오래다. 중단됐던 대남·대북방송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재개됐다. 대남방송만 시끄러운 게 아니라, 대북방송도 생활에 불편을 준다. 오후 10시까지 하던 대북방송을 주민 건의로 8시까지로 단축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남북 화해가 절실하다. 대남·대북방송은 중단되고, 정전협정에 있는 대로 중립수역인 강화 북쪽 바다를 남북이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나아가 철책선이 없어지고 민통선이 해제되어야 한다. 당연히 건축 규제도 없어져야 하고, 바다에는 어선과 관광선이 다녀야 한다.

북한 핵과 미국의 입장 때문에 남한이 독자로 평화정책을 추진하는 게 무척 어렵다는 걸 우리도 안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양한 남북 화해 노력이 올림픽을 계기로 결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조가 계속 이어지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그런 바람의 하나로 우리는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남북이 서로 대남·대북방송을 중단할 것을 제안한다. 북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통 크게 남한이 먼저 중단할 것을 바란다. 중단됐던 방송을 다시 시작한 건 박근혜 정부 때 남한이다. 그러니 다시 중단하는 것도 남한이 먼저 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때문에 남북 화해와 경제 협력에 어려움이 많다. 대북방송 중단은 그런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는 일이고 예산도 들지 않는 일이다. 올림픽이라는 인류의 평화축제를 명분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연기한 것을 생각하면, 올림픽 기간 대북방송 중단은 남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너무도 쉽고 당연한 조치다. 이런 평화적 조치들이 쌓이고 쌓여 올림픽 이후까지도 한반도 평화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광구 인천 강화군 주민
#평화전망대#평화 올림픽#대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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