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양정호]무모한 고교학점제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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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대학교처럼 고등학생도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실제 현장에는 혼란과 갈등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미국과 영국의 고등학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이 제도의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의 필수과목이 기본적으로 영어와 수학 영역에만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필수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탐구과목 2과목 등 모두 6과목이다. 현실적으로 수능 필수과목 때문에 일반고의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이 쉽지 않다. 둘째, 미국 뉴욕 최고의 공립학교인 스타이브센트 고등학교는 학생이 3297명이지만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도와주는 학습 컨설턴트 교사는 무려 17명이다. 우리나라는 각 고교에 많아야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1명 수준이다.

우리 현실에서 고교학점제 추진이 불가능한 다른 이유도 있다. 고교학점제가 지닌 교사 경쟁, 학생선택권 보장은 소위 진보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그토록 반대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교수 이름, 수업시간, 강의계획서, 예전 강의 평가, 수강신청 학생 수 등을 수강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면서 과목을 선택한다. 동일한 논리로 고교학점제가 60개 고교에서 시범 도입되면 당연히 대학 수강시스템과 같은 교사 이름부터 강의 평가까지 모든 정보가 고교생에게 제공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부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처럼 고교학점제 도입이 가능한 고교라면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고에서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입시 여건과 교원수급 문제로 인해 고교학점제는 불가능한 제도다.

김 장관은 교육실험을 멈출 때가 되었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원해서 간 학교도 아니고 고교학점제가 시범 도입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범 실시 학교에 다니게 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모한 교육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김상곤 교육부 장관#고교학점제 실험#김상곤 장관은 교육실험을 멈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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