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조성겸]바람직하지 않은 코바코의 프레스센터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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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겸 前 한국언론학회 회장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성겸 前 한국언론학회 회장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난 대선 기간 가짜 뉴스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이후 가짜 뉴스의 폐해를 방지하는 여러 방안이 논의되었으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제재나 단속보다는 좋은 언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언론계에서는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한국프레스센터는 언론인의 교육과 토론 그리고 숙의가 이뤄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언론인들의 공론의 장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 공간에서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언론중재위원회 등 언론 관련 많은 단체들이 언론인을 위한 교육 훈련은 물론 연구, 정보교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이를 통해 언론의 전문성과 윤리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성도 배양되어 왔다.

그런데 이런 각종 언론진흥활동이 심대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프레스센터의 관리·운영을 언론진흥재단에 위탁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고, 또 이에 따른 임대료 지불 등의 요구를 1심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은 상급심의 판단까지 받아보아야 하겠지만, 일단 프레스센터라는 언론계의 공간이 이러한 분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분쟁은 프레스센터의 소유와 운영의 불일치가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는 점에서 기인했다. 프레스센터가 건립 당시 12∼20층까지를 언론계를 위해서 활용토록 하였는데, 관리 운영은 언론진흥재단이 담당하되, 소유는 코바코가 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에는 두 기관 모두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법인이었기에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프레스센터는 건립 이후 지금까지 그 이름에 걸맞게 언론단체들의 다양한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2012년 소위 미디어렙법이 제정되면서 프레스센터의 소유권을 가진 코바코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으로 바뀌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코바코가 프레스센터의 관리·운영을 더 이상 언론진흥재단에 위탁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법적으로는 소유권자의 당연한 권한 행사로 보이지만 프레스센터가 한국 언론 발전의 중요한 기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 논리만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듯 보인다.

우선 언론계의 다양한 단체가 입주해서 활용하고 있는 프레스센터를 코바코가 운영한다는 것은 언론 자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은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바코는 공영방송의 광고시간을 판매하는 업무와 광고 진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덕목인 언론인 및 언론단체들의 공간을 광고주와 이해관계에 있는 코바코가 운영하는 것은 규범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프레스센터의 운영을 초기부터 지금까지 언론진흥재단이 해 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은 프레스센터를 언론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기본 정책 취지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공적 자산인 프레스센터에 대한 문제는 일반적인 소유권 분쟁 차원으로 법적 판단만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 지원이라는 본래의 정책적 목적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공익적 판단을 우선해야 할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언론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언론이 가진 공적 기능 즉 사회적 비판 기능 등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형태로 언론이 운영되더라도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품질 낮은 뉴스의 범람 그리고 가짜 뉴스 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언론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의 품질 저하는 굉장히 빠르게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언론인 교육, 수용자 교육 및 연구, 윤리성 제고 등을 위한 노력 등이 언론계 자율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프레스센터를 언론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언론의 중요성과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방송은 방송회관이 있고, 광고는 광고문화회관이 있어 그 분야에 필요한 활동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레스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언론진흥활동을 위축시킬 정책적 필요나 명분은 찾기 어렵다. 인터넷 등 미디어의 발달로 언론계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공적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해결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다. 이제는 적극적이고 대승적인 정부의 해결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조성겸 前 한국언론학회 회장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프레스센터#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품질 낮은 뉴스의 범람#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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