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 데까지 간 北, 이젠 개성공단 ‘도둑 가동’까지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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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의 의류 공장을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확인이라도 하듯 6일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논평에서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고, 다른 대외선전 매체 ‘메아리’도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모든 주권은 공화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우리 민족끼리’의 논평이 나온 직후에야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앞서 8월 개성공단 내 남측 입주기업 차량 100여 대가 사라졌다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보도에도 ‘확인 중’이라고 했다. RFA는 북한이 의류 공장을 가동한 지 6개월이 넘었다는 말도 전했다. 북한이 공장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커튼까지 치고 은밀히 가동한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한두 명이 아닐 텐데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모르고 있었다면 한심한 정보력이고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측이 부지와 근로자를 제공하고 한국 기업이 공장 기계 원자재 등을 제공해 생산과 판매를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됐다. 개성공단 내 공장과 기계는 모두 한국 기업의 소유이며 다만 그 운영만을 남북 합의에 따라 한다. 따라서 남북 간 운영에 대한 합의가 없는 북한의 무단 사용은 남의 빈 공장에 들어가 기계를 돌리는 것과 같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 행위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과 합의해 노무현 정부 때 조성한 개성공단은 국제적 대북제재와 엇박자를 낸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북 교류협력 증진 차원에서 보수정권에서조차 가급적 유지하려 했던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여건이 조성될 경우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개에 대한 의지를 계속 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개성공단 도둑 가동을 개시한 것은 북한에 유화적인 정부와의 신뢰 기반 구축마저도 발로 차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둑 가동이 훗날 남북 합의에 의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은 것이 아니라면 문재인 정부가 별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거나 도둑 가동을 해도 남측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를 우습게 본 결과일 것이다.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과 정부 자산은 모두 1조 원에 육박한다. 의류 공장 가동을 방치하면 다른 공장도 가동하지 않을 리 없다. 국민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대북 압박을 통해 가능한 모든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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