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대북옵션 한국 동의 약속”… 文-트럼프 핫라인 구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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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대북 무력 사용 기준선으로 인식되는 레드라인을 문 대통령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다”며 한미 정상 간 합의내용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공개한 것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무엇보다 사전에 미국과 조율을 거쳐 나온 발언인지 궁금하다. 어제 회견에서 미국 CNN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 옵션에 대해 언급했고 ‘화염과 분노’ 발언도 한 상황에서 한미 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사실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서도 워싱턴의 기류는 민감하다.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 발언을 “미국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는 대화를, 국방부는 군사적 옵션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국무부는 16일(현지 시간)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괌 타격 계획’ 같은 도발적 언행 중단을 대화조건으로 내걸었다.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화조건을 제시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의 ‘괌 사격 유보’에 대해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상황전개에 따라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북-미 대화가 열릴 수도 있게 됐다.

한편으로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16일 한반도 유사시 맨 먼저 투입될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북부 전구(戰區) 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중국군 훈련을 참관했다. 전날 팡펑후이 중국군 총참모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기자들에게 “북한 비상사태(contingency)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전쟁을 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구상은 실현되기만 하면 최상책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아, 아니 남측은 대화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아 시작도 못하는 실정이다. 평화적인 해결 노력도 중요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치밀한 대비책도 미국과 공유해야 한다. 강온 양면의 액션플랜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자주 통화하는 트럼프와 아베 일본 총리 못지않은 ‘문재인-트럼프 핫라인’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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