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국방신뢰성센터’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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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
황영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은 각종 무기와 군수품의 성능 및 품질을 시험·평가하는 ‘국방신뢰성시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이달 말까지 각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방신뢰성센터의 용지 공모 신청을 받아 다음 달에 센터가 들어설 터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에 나선 것은 우리 군의 무기와 군수품에 대한 평가 업무가 아직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선진국 시험시설 수준에 많이 뒤처졌다는 자성(自省)에 따른 것이다. 우리 군은 재래식 탄약의 신뢰성 관리부문에서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고 첨단 전략무기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지만, 무기와 군수품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 인력과 평가 경험이 부족하고 시험시설이 미비한 데다 시험 시료를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군은 유도무기 등 주요 탄약과 화생방 물자에 대한 평가를 해외에 의존해 오고 있다.

필자는 군에서 오랫동안 탄약에 대한 고장분석과 신뢰성 평가연구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우선 유도탄 등 탄약의 시험시설에서 안전성과 보안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 탄약은 구성품의 실물을 시험하거나 분석하기 때문이다. 또 유도탄 등 탄약의 개발단계와 시제품 발사 및 양산단계, 저장탄약에 대한 신뢰성 평가인 운영단계 등 단계별로 생산되는 자료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군에 위임해 관리하고 있는 저장탄약의 수명관리에 유기적인 연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각 군의 고장물리분석 지원과 저장탄에 대한 실물시험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각 군은 탄약의 기술도서에 명시된 저장관리 절차와 검사를 통한 품질 상태를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수명연장 같은 과학적 관리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고장분석과 신뢰성 판단을 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이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도의 전문성과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약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신뢰성 평가를 통해 무기의 수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탄약은 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는 생존과 승패를 결정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미국은 유도탄의 신뢰성을 평가해서 탄약의 종류에 따라 짧게는 3년, 길게는 20년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은 우리 군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지자체를 대상으로 객관적 평가기준과 공정한 평가절차를 거쳐 최적의 터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국방 관계자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을 거듭 환영한다. 우리가 개발하고 운영하는 탄약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과학적인 기술 자립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황영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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