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핵협상 최종 타결, 이제 북핵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0시 00분


코멘트
이란이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의 협상에서 핵개발 중단의 대가로 경제 제재를 푸는 구체적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2002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폭로되면서 시작된 이란 핵 위기가 13년 만에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외교적 협상을 통해 마무리된 것이다. 이제 해결되지 않은 핵 문제는 북한만 남게 됐다.

이란은 앞으로 10년간 신형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등 핵 활동 제한을 수용했다. 합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은 이란의 군사시설까지 사찰한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는 이르면 내년 초 해제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유엔의 재래식 무기 금수조치는 5년, 탄도미사일 제재는 8년 더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란이 영구적으로 핵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우라늄 농축을 통한 평화적 핵개발 이용권리까지 보장받았지만 당분간 핵 확산 우려를 덜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란과 북한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으로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받아온 나라다. 인구 8000만 명에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2위를 자랑하는 잠재적 대국 이란은 장기간의 제재로 경제적 시련과 국제사회 외톨이를 자초했다. 2013년 8월 출범한 하산 로하니 정권이 미국에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손을 내밀자 이란 국민은 “고마워요, 로하니”를 외치며 반겼다. 이란이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경제 회생은 물론이고 중동에서 맹주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써 이란은 ‘핵개발 포기, 제재 해제’ 선례를 만들었지만 북핵도 같은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북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지원을 하는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했고, 3차례 핵실험을 했다. 김정은은 2012년 초 권력을 잡자마자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고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竝進)노선까지 채택했다. 북핵 해결을 모색했던 6자회담은 2008년 말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은 강력한 제재와 대화의 ‘투 트랙 전략’이 문제를 푸는 길임을 보여준다. 어제 정부는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을 환영하며 “북한이 하루속히 비핵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으나 촉구만으로 해결이 될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을 움직여 북핵 문제에 나서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반기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의 구체적 원칙과 액션플랜에 합의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란처럼 핵을 포기하고 제재에서 벗어나는 게 유일한 생존의 길임을 깨닫게 하려면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강력한 대북 공조(共助)가 절실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