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창덕]한화가 부러운 SK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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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돌아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삼성과 한화 간 ‘빅딜’과 함께 사실상 경영에 복귀했다. 12월 7∼9일엔 이라크로 건너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도 직접 챙겼다.

김 회장은 2일 한화그룹 임직원 150여 명이 모인 신년하례식을 통해 다시 한 번 건재를 알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다시 제가 여러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오너가 3년 만에 내놓은 A4 용지 크기 4장 분량의 신년사 중 한화맨들이 가장 귀담아들은 대목이 아니었을까.

한국 대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투자는 오너가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명운이 걸린 의사결정은 오직 오너만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도 그랬다.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2012년 8월 이후 한화 임직원들은 “회장님이 안 계셔서” “회장님이 나오셔야” 같은 수식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지난해 2월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나온 뒤에도 ‘오너 공백’은 수개월 더 이어졌다. 그런데 오너가 새해 첫날부터 ‘후원자’를 자청했으니 한화 임직원들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 만하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같은 처지였던 SK는 청계천을 사이에 둔 ‘이웃사촌’ 한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달 31일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된 지 꼭 2년이 된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여러 번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한 덕분에 5개월만 복역한 김 회장과 달리 최 회장은 모범적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의 ‘기업인 가석방’ 발언이 지난해 말을 달군 데 이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까지 경제단체 수장 자격으로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최 회장의 경영 복귀를 예단하긴 일러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고 했다.

이달 21∼24일 스위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열린다. SK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최 회장은 매년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유수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친분을 쌓는 기회로 삼았다. 이를 통해 덩치 큰 글로벌 비즈니스를 성사시킨 것도 여러 건이었다. 그런 최 회장의 부재는 곧 해외 네트워크 단절을 의미했다. 해외 기업도 ‘한국 기업은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우리만큼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면 4년형을 언도받은 최 회장은 남은 2년의 형기를 마저 채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환율 불안, 중국의 추격 등으로 거센 풍랑에 휩싸인 한국 경제를 생각하면 재계 3위 SK그룹의 위기를 그냥 지나쳐 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화와 SK의 엇갈린 신년 표정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수십만 명의 임직원을 둔 대기업이 언제까지 “회장님이 안 계셔서” 타령만 해야 할까. 그러기엔 글로벌 시장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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