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업 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취준생’ 몰아내는 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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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안 가는 여대생 중에도 대학을 5, 6년씩 다니는 학생이 요즘 수두룩하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족’ 또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다 이수했지만 매일 학교에 나와야 도서관도 이용하고, 같은 취준생끼리 영어 시사 면접 등 ‘취업 스터디’를 하면서 새로운 정보로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을 쓸 수가 있다. 기업들이 졸업생보다 졸업을 앞둔 재학생을 선호하는 현실도 졸업을 미루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취업이 안 된 상태로 졸업부터 할 수 없다는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외면한 채 일부 대학이 졸업유예 학생들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학생 1만7000명에 약 1000명의 졸업 유예생을 둔 이화여대는 올해 ‘과정 수료제’를 신설한다. 등록금을 안 내고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했던 ‘0학점 등록제’를 없애고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에 ‘수료생’ 제도를 만들었다. 재학생으로 남으려면 1학점 이상 추가 등록을 하고 등록금도 내야 한다. 건국대도 졸업유예를 어렵게 했다.

대학들은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늘어나 도서관 등 학교 시설 이용에서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궁색한 변명이다. 대외적으로 재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대학들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 1인당 재학생 수가 늘면 교육부 등의 대학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추가 학점을 신청하면 등록금 수입도 늘어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44개 대학 중 121곳에서 졸업유예 제도를 시행한다. 그중 75개 대학은 수강을 강제하고, 21개 대학에서는 수업을 듣지 않아도 등록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54.8%였다. 대학들이 엄혹한 외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그러지 않아도 취업을 못 했다는 자괴감에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에게 재정적 심리적 부담을 안기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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