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익두]‘문화융성’을 이끌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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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공연학
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공연학
우리 시대는 세 번의 변혁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딱 맞는 시대 구분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 첫 번째는 1960, 70년대 경제개발 시대, 두 번째는 70, 80년대 민주화 시대, 그리고 세 번째는 90년대 이후의 ‘문화융성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 논리를 적용해 보자면 60, 70년대는 ‘경제개발 패러다임’이 지배했고, 70, 80년대는 ‘민주화 패러다임’이 주도했으며, 90년대 이후는 이른바 ‘문화융성 패러다임’이 주도해야 하는 시대로 판단된다.

첫 번째 시대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해서 이른바 ‘개발독재식’ ‘경제개발 패러다임’이 매우 역동적으로 펼쳐져 오늘날 우리나라를 이 정도의 ‘밥 좀 먹는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두 번째 시대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피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열렬한 민주 저항의 불길이 타 올라 역시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만큼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민주화 패러다임’ 시대였다. 세 번째 시대, 곧 90년대 이후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문화융성’의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고자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 시대의 돌아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현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을 금치 못하겠다. 시대적 ‘흐름’을 주도할 강력한 ‘문화융성’ 리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눈앞에 와 있는 ‘문화융성 시대’를 과감하고 강력하게 이끌고서, 백범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문화융성 국가’에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모든 세계인들의 손을 잡아 이끌고 우리의 춤과 노래로 함께 더불어 춤추고 노래하며 사는 나라를 만들 새로운 ‘문화융성’ 리더가 반드시 출현해야만 하는 시점에 지금 우리는 와 있다.

이제 60, 70년대를 주도했던 박정희식 ‘껍데기들은 가라’. 70, 80년대를 주도했던 김대중식 ‘껍데기들도 이제 가라’. 더이상 역사의 전면에서 국민을 우롱하지 말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 ‘백화난만’할 ‘문화융성 시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자. 지금도 ‘냉전의 그늘’ 아래서, 남북이 으르렁거리며 사는 이 불쌍하지만 대단한 한민족이 서로 손잡고 진정으로 새로운 ‘문화융성 시대’를 열어갈 때가 이젠 되었다.

이 한반도에 몰려와 있는 전 세계의 강력한 ‘새 기운’을 우리는 보고 느낀다. 전 세계 모든 문화가 몰려 들어와, 심지어 ‘냉전문화’까지 아직도 소용돌이치고 있는 동아시아의 마지막 문화 해방구인 우리나라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 모두의 문화적 역량이 총화되는 ‘문화융성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전개할, 진정 새로운 문화융성 리더그룹을,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으로 학수고대한다.

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공연학
#문화융성#패러다임#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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