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손성원]우리 앞엔 아직 많은 난기류가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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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성장 시작한 유럽, 우크라이나 사태로 타격
日은 소비세 인상으로 주춤
반등한 美가 그나마 전망 밝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는 아직 안끝나
한국의 재정 확장 정책은 긍정적인 경제 효과 낳을 것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예상과 달리 장기 금리도 내려가고 있다. 경제가 강해지거나 좋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취약하다는 징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경제에 대한 온도계와 같다. 현재의 금융시장이 주요 국가의 경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는 중동부터 동유럽까지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경제 그 자체다.

미국 경제는 주요 국가들 가운데 가장 건전해 보인다. 고용지표가 좋다. 고소득 일자리가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노동시장에 다시 참여하고 있다. 실업률은 기대보다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기상 악화 탓에 1분기 경제성장이 감소했으나 2분기에는 상큼하게 반등했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도 좋다. 2분기 실적보고서가 나온 S&P500 기업들 가운데 3분의 2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능가했는데, 이는 2011년 중반 이후 최고치다. 더구나 매출과 이익이 전 분야에 골고루 걸쳐 있다.

경제에서의 건강한 탄력성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하고 있고, 2015년 봄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확실히 주식시장에 조정 기능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통화 긴축 정책의 시작과 주가 하락 사이에는 18개월의 시차가 있어 왔다.

유럽에서도 경기 침체가 끝나고 경제는 완만한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실업률은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장애물이 있다. 재정위기를 겪은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중 하나인 이탈리아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독일에선 공장에 들어오는 신규 주문이 미약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對)러시아 제재 등 지정학적 리크스가 경제에도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디플레이션 위협이다. 7월 물가상승률은 1년 전 대비 0.4%에 그쳤다.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부터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 스타일의 양적 완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구해낸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경제성장과 주식시장 둘 다 잘 돌아가고 있다. 실업률은 2013년 8월 최고조에 달한 이후 점차 내려가고 있다. 일자리 대 구직자의 비율이 1.09배로 이는 199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경제적 취약성의 징후가 점점 나타나고 있다. 생산과 수출은 줄어들고 팔리지 않은 재고가 쌓이고 있다. 4월에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바람에 2분기 성장률이 연간 기준 6.8%나 떨어졌다. 소비세는 내년 또 한 번의 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불만이 점점 고개를 든다. 고용주들의 비용 절감 노력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1년 전보다 3.8% 줄었다. 새로 생긴 일자리는 대부분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이다. 풀타임 정규직 고용은 아베 신조 총리 재임 기간에 오히려 줄어들었다.

중국은 경제성장 7.5%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철도 건설부터 저소득층 주택까지 주기적으로 작은 ‘자극제’를 활용해왔다. 수출은 다시 증가했다. 중앙은행은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자극제의 효과가 바닥을 드러내면 중국의 경제성장이 정부 목표치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제성장을 유지할 자원과 수단을 갖고 있다.

한국은 4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이 실망스러웠고 민간소비는 미약했다. 최근 출범한 새 경제팀이 재정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소비자 대출을 쉽게 해주는 조치도 나왔다. 이는 자산시장 조건을 개선해 긍정적인 부(富)의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위한 새로운 대출체계를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는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미국에서도 경제성장은 매우 완만할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제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주식시장이 조정되는 시기는 아직 임박하지 않았고, 가장 좋은 날들은 그 뒤에나 온다.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수익률은 그리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주식시장#장기 금리#경기 침체#경제성장#글로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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