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영선 비대위, 당내 계파들의 저항 이겨낼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과 재건을 이끌어갈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비대위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상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눈으로 진단하고 국민의 마음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공감 속에 당의 재건과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물을 널리 구하고, 공천 과정부터 당내 문화까지 원칙과 기율이 바로 선 정당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누가 들어도 박수를 칠 만한 얘기다.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으로서는 독배(毒杯)를 마신다는 심정으로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는 것이 진심이리라.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박 위원장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선거에서 지면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대위가 구성되고, 어제 밝힌 바와 같은 혁신 방안을 내놓기에 바빴다. 새 지도부는 반짝 변신을 모색하고 당명(黨名)과 정강정책까지 수시로 바꾸었지만 계파 간 갈등이나 강경 투쟁 일변도 같은 ‘실체’는 그대로였다. 그러니 국민의 눈에 ‘화장만 열심히 고치는 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는 해답이 진작 나와 있다. 18대 대선 패배 직후 자체적으로 내놓은 ‘대선평가보고서’는 첫째로 책임정치의 실천을 꼽았다. 당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나 결정으로 선거에서 패배하면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민생정치를 실현하고, 2030세대를 넘어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현대사회의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도 제시했다. 7·30 재·보선 참패 이후 각계에서 쏟아진 해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박 위원장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이미 제시된 방안들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당내 계파들과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박 위원장 스스로는 계파가 없다지만 특정 계파에 기대거나 ‘강경파’로 나섰다는 자성도 해야만 한다.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놨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지적대로 자신은 아무것도 책임질 것이 없다고 믿는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박 위원장의 손에 ‘실패의 악순환’을 거듭해온 새정치연합의 운명도, 자신의 정치적 운명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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