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민구 장관, 야만적인 군 가혹행위 근절에 직을 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집단폭행 사망사건에 대해 책상을 치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국회의원들도 “국민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아들을 군에 보내겠느냐”며 “군의 기강 해이가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임병사에게 온갖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윤 일병 사건은 한 장관의 표현대로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발 방지 운운하는 상투적 대응 대신 비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상병으로 전역한 날인 올해 7월 10일 집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이모 씨 사건도 가혹행위가 자살 원인을 제공했다. 이 씨는 이등병 시절부터 암기 사항을 외우지 못하고 실수를 한다는 이유로 선임병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가혹행위가 이어지면서 이 씨의 정신 상태는 올해 2월 군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나빠졌다. 그는 올해 5월 15일 탈영을 시도했다. 전역 5일 전에는 중대장의 코를 머리로 들이받았다. 이 씨의 아버지가 “아들은 정신병자”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군사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전역 조치됐다.

군이 이 씨 같은 관심병사를 제대로 보살폈더라면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 군은 관심병사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면 굳이 병영 안에 붙잡아 둘 이유가 없다. 얼마 전 동료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쏘아 살해한 22사단 임모 병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관심병사를 적절히 관리하는 일은 군의 최대 현안이다.

육군은 윤 일병 사건 이후 올해 4월 한 달 동안 전 부대를 대상으로 가혹행위의 실태를 조사해 가담자 3900여 명을 적발해 냈다. 군 내부에서 구타와 가혹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군 관계자는 “손찌검 수준을 넘어 심각한 폭행 수준의 구타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군 인권센터의 고발로 윤 일병 사건의 전모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가혹행위 사실을 쉬쉬해온 군의 정직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장관은 그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윤 일병 사건의 가해자, 방조자, 관계자를 일벌백계하고 병영문화를 쇄신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군의 오랜 악습인 가혹행위의 근절이 그런 다짐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국방부는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마음 놓을 만한 대책을 내놓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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