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병권]“아빤 궁금한게 많은데 넌 지금 어디 있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강병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강병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학교는 잘 다니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씩씩하고 건강한지, 아빠는 참 궁금한 게 많아. 그런데 가장 묻고 싶은 건……. 지금, 어디 있니?”

실종아동전문기관의 공익광고에 나오는 효정이 아빠의 눈물과 한이 서린 독백이다. 아빠의 가슴속에는 늘 아홉 살 예쁜 딸의 모습으로만 자리하고 있다.

실종 아동 가족들이 겪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아동이 실종되면 자녀를 찾아 나서면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 실종된 자녀를 장기간 찾아다닐 경우, 가족의 생계마저 막막해지곤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으로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부부간에 책임 소재를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지기 쉽고 결국 가정이 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또한 친척 간에 왕래가 뜸해지고 친지들의 모임에서도 웃음이 사라지게 돼 결국 삶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2009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경찰에 신고된 18세 미만 실종 아동 중 1012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기관에서 조사한 ‘실종 유괴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실종을 경험한 아동 중 60.3%가 쇼핑센터나 마트, 놀이공원, 역·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미아가 됐다.

다행히 아동이 실종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실종될 경우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아동 실종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호자, 국가뿐만이 아닌 민간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이 새롭게 개정됐다. 작년 12월 말 일부 개정되어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시행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일명 ‘코드 아담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률은 실종 아동의 발생 위험이 높은 대규모 점포나 유원시설, 박물관 등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아동 실종을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법의 실종 예방지침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종 아동이 발생하면, 출입문을 통제하고 자체 인력과 장비를 활용해 먼저 수색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코드 아담법은 1981년에 실종되어 살해된 미국의 6세 소년 아담 월시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아담은 집 근처의 한 백화점에 갔다가 부모와 떨어진 지 10분 만에 사라졌다. 가족과 수많은 이들이 아담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종된 지 16일 후 인근 호숫가에서 심하게 손상된 신체 일부만이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코드 아담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사회의 지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도움이 필요한 아동, 노인, 장애인, 실종자 가족 등 사회적 약자로 일컬어지는 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눈물짓는 일이 없도록 하는 사회가 바로 모두가 행복한 복지사회가 될 것이다.

코드 아담법이 빠르게 정착되려면 다중이용시설의 관리주체가 표준 매뉴얼에 따른 교육·훈련을 정례화함은 물론이고 실종 아동의 발생을 예방하는 일과 실종 아동을 찾는 일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아이를 돕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역할인 것처럼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아동 실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아이들의 안전만큼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강병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