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사 비리 판치는 공공기관 이름 왜 숨겨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들의 인사 관행을 조사한 결과 인사 청탁이 난무하고 ‘줄대기’와 금품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 심사를 앞둔 직원의 부인이 인사권을 쥔 간부의 부인에게 1000만 원의 뒷돈을 상납했다가 적발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승진을 하려면 수천만 원의 뒷돈이 든다는 것이 공무원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공기관 중에는 평소엔 토익 성적과 자격증 학점 위주로 서류심사를 하다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직무소견서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한 곳도 있었다. 감사원 감사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예산을 낭비한 공기업 직원을 감사원 징계 직전에 편법 승진시킨 공기업이 있겠는가. 직원 60명이 승진시험 위탁업체 담당자에게 돈을 주고 시험지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10년 넘게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례는 막장 드라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들의 인사 비리를 적발하고도 A기관, B기관, C기관 등으로 이름을 감춰주는 데 급급했다. 민간 기업도 불법과 비리가 드러나면 회사 이름이 바로 공개되는데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기관은 왜 비공개로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구실로 비리가 발생한 공공기관의 명단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국민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공공기관 관리 감독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 인사 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공공기관들의 자정 노력이 없으면 공염불이다. 능력과 실적에 따른 보상을 해야 공기업이 경쟁력을 갖는다. 연줄이나 청탁으로 승진이 이뤄진다면 그 조직은 반드시 썩게 마련이다.
#인사#관행#인사 청탁#금품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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