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까지 먹구름, 최경환 경제팀 ‘위기’ 직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조2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5% 줄었다. 매출액은 52조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9.5%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을 밑돈 것은 2년 만이고, 매출액이 전년 동기(同期)보다 줄어든 건 9년 만에 처음이다. 어제 공개된 실적은 ‘어닝 쇼크’(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충격) 수준이다.

주된 이유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원화 강세 충격 때문이다. 선진국은 포화상태이고 중국시장이 중요한데 중저가 제품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과 미국 애플 등 선진국 기업의 견제가 겹친 탓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경쟁업체들에 ‘시장의 파이’를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구조적 문제가 아닌 일시적 현상이라면서도 이달 초 ‘위기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제 불안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전(善戰)한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몇몇 대기업의 순항에 힘입은 바 컸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추격자’였던 중국 제품이 순식간에 경쟁자로 올라설 만큼 글로벌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원화 강세 가속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마지막 버팀목까지 흔들린다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외환위기를 맞기 2년 전인 1995년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호황’으로 한껏 들뜬 상태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1996년 4월 글로벌 공급과잉의 여파로 반도체 수출단가가 급락하면서 반도체 불황이 닥쳤다. 원화 강세, 일본 엔화 약세의 환율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했고 경제 체질은 크게 약해졌다. 한국이 외환위기로 내몰리는 과정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몇 차례 변곡점이 있었지만 그 서막을 연 것이 반도체 쇼크와 급격한 원화 강세였다. 이번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에서 불길한 징조를 떠올리고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 정책수단이 추가경정예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가 조로(早老) 현상과 과거 일본식 장기 불황 같은 조짐을 보인다며 취임 후 열흘 안에 경기 대책을 내놓을 방침도 밝혔다. ‘최경환 경제팀’은 임명 절차가 끝나는 대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실현 가능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17년 전 외환위기로까지 치달은 데는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는데도 정파적 계산에만 몰두했던 정치권의 책임도 컸다. 경제와 민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권은 위기감을 갖고 초당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영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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