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감찰 제때 못한 감사원도 ‘세월호 책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세월호는 바다로 출항해서는 안 될 배였다. 선박 도입부터 사고 대응, 구조까지 단계마다 관계 당국의 부실한 업무처리와 태만, 무능과 무책임이 깔려 있었다. 감사원이 어제 내놓은 세월호 감사 중간발표에서도 서류 변조, 자료 조작, 향응 수수 등 정부의 총체적 부실과 비리가 참사를 초래한 것과 다름없음이 다시 확인됐다.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업무처리를 감찰하는 헌법기관이 감사원이다. 곳곳의 ‘정부 실패’를 진작 감사원이 감찰했더라면 세월호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2011년 5월 취임한 양건 감사원장은 “정권 후반기 공직기강 해이와 비리 엄단을 위해 고강도 감찰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천항만청이 변조된 계약서를 확인하지 않고 세월호 도입을 가(假)인가한 것이 2011년 9월이었다.

2013년 3월 갓 출범한 청와대가 “정부 이양기에 나타날 수 있는 공직기강 해이 문제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하자 감사원은 ‘비상시기 복무기강 특별점검’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인천해양경찰서의 직원 3명이 2013년 2월 15일 청해진해운의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사흘이나 향응을 받고는 심사 필수서류를 내지 않았는데도 운항을 승인해준 것은 왜 감사원이 감찰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감사원은 작년 8월 개원 65년 기념사에서 재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업무 감찰을 강화하고 일선 현장의 불공정 특혜성 업무처리와 무사안일 행정편의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박 안전검사를 하는 한국선급은 10년 동안 감사원 감사를 받은 일이 없다. 그러고도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 한번 없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국가 안전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공직사회 혁신, 부패구조 혁파 등 공직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처라는 기구를 만들고 ‘감투’를 늘린다고 재난대응 체계가 확립될 것으로 믿는 국민은 없다. 감사원을 비롯해 세금 받는 정부가 제 할 일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참사는 또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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