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규형]전 세계 한글학교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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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전 세계 2000여 한글학교에서 10만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다. 해외 거주 720만 재외동포에게 자녀 교육만큼 중요한 관심사는 없다. 한글학교는 동포 2세들이 우리말과 얼을 알면서 거주국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재외 교육기관은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상사 주재원 등 일시 체류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국내 및 현지의 정규 과정을 교육하는 한국학교다. 둘째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한국 역사,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사회교육기관 성격인 한국교육원이며 셋째는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하여 주말 또는 특정한 날에 우리말을 가르치는 한글학교다. 정규학교인 한국학교는 교육부가, 동포사회가 세운 한글학교는 재외동포재단이 지원한다는 원칙에 따라 2009년부터 한글학교 교사 연수 사업은 재외동포재단으로 일원화됐다.

필자가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할 때 아내는 한글학교 교사로 일했다. 주말을 함께 보낸 기억이 별로 없다. 지난해 재외 한글학교 교사 초청연수 개막식에서 이 같은 말로 환영사를 하자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토요일을 반납하고 봉사하는 세계 각지의 한글학교 교사들이 내 말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한글학교 교사는 평일에 회사에 다니거나 자신의 사업을 하고 토요일에는 보수도 받지 않고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주말에만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교사는 평일에도 학교 일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학생 지도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교사들만 바쁜 게 아니다. 아이들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현지 학교에 다니고 토요일에는 한글학교로 온다. 부모들도 아이 교육을 위해 1시간 이상의 거리를 새벽부터 달려온다.

2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들어도 한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현지어도 잘한다.

최근 미국에 사는 젊은 한인 부모 사이에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미 주류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한국인으로서 모국어 실력은 당연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취업할 때 한국어 구사능력이 장점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 부모와의 의사소통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을 준다. 이제 젊은 부모들은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첫걸음은 한국어 교육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현재 한글학교는 전 세계 116개국에서 1918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교사는 1만5333명이고 학생은 10만6397명이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과 함께 외국인 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동포들뿐 아니라 세계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발신지로서 한글학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글학교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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