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부살해 시의원 수사에서 진동하는 지역부패 악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재력가 송모 씨가 숨지기 전에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빌딩 용도 변경을 약속했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3월 친구 팽모 씨를 시켜 평소 ‘스폰(스폰서 도움)’을 받아온 송 씨를 살해하게 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이 단순한 청부살인이 아니라 지역 부패구조와 연관된 범죄일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송 씨의 의뢰로 설계도면을 만들었다는 건축사 H 씨는 “이미 용도변경 약속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 밝혔다. 강서구 내발산동의 해당 구역에는 송 씨의 건물 4채가 들어서 있다. 상업지구로 바뀌면 고층빌딩 신축이 가능해져 막대한 개발 이익을 볼 수 있다. 김 의원이 2010년부터 송 씨에게서 받은 5억2000만 원은 용도변경 추진의 대가이고, 지난해 말 용도변경이 무산되면서 송 씨가 김 의원에게 “폭로하겠다”고 압박하자 청부살해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4년간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와 별도의 서울시 산하 도시계획위에서 활동했다. 송 씨가 2012년 강서구 염창동 준공업지역의 땅을 매입하자 김 의원이 준공업지역에 고급숙박시설까지 지을 수 있도록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던 사실도 두 사람의 유착 관계를 드러낸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배후에 유력 정치인이 관련돼 있다는 설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5억2000만 원은 로비자금의 일부라는 등 온갖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강서 지역만이 아니라 개발 붐이 일었던 곳곳에서 지역 인사와 지방의원이 유착된 구조적 비리가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은 2010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시의원에 당선됐고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이번에 체포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지만 민주당 의원 보좌관,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의 정책자문단까지 지낸 ‘486 운동권’ 출신이다. 새정치연합은 ‘단순한 개인적 범죄 혐의’라고 선을 그을 것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사과해야 마땅하다. 지방의원들이 자기 사업의 이권을 위해 활동하고, 지역 재력가의 해결사 노릇이나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썩게 된다. 검경은 지방자치의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토착비리 적폐 청산을 위해 전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청부살해#시의원#지역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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