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 반성 외면하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 택한 일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일본 정부가 어제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容認)하기로 했다. 이날 각의 결정으로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제정된 이른바 ‘평화 헌법’의 전후(戰後) 체제에서 벗어나 군사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해외에 출병해 적대적인 외국 군대와 전투할 수 있는 사실상의 국방군으로 변신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헌법이 허용하는 것은 자위 조치뿐이며 다시 전쟁을 하는 나라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집단 자위권은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헌장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주권국으로서 집단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행 헌법에 따라 이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각의에서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편법을 통해 빗장을 풀었다. 집단 자위권 허용을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 여론이 엇갈린다.

한국 외교부는 “한반도 안보와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및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 각의 결정을 공식 지지했고 유럽연합(EU) 아세안 호주 러시아 등도 같은 시각이다. 반면 중국은 “역내(域內) 평화와 안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처럼 내놓고 지지하기도, 그렇다고 중국처럼 명시적인 반대를 하기도 어려운 것은 이 사안이 지닌 복합적인 성격 때문이다.

일본이 집단 자위권의 빗장을 풀었다고 해서 바로 ‘군국주의의 부활’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미일 동맹의 강화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 강화 성격도 지닌다. 하지만 우려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국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피했다. 한국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한 북한 지역을 포함해 한반도 어느 곳에도 자위대가 상륙할 수 없도록 한미일 3국의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이 과거 한반도와 중국을 침략한 역사가 있고, 일본군 위안부 등 반(反)인륜 전쟁 범죄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회피하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집단 자위권 행사가 기정사실이 된 이상 일본은 이웃 나라들의 걱정과 불안을 키우지 않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행사해야 한다. 한국도 일본의 집단 자위권 용인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에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되지만 이 사안을 냉철하고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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