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인사실패 해명에 ‘내 탓’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와 관련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 고심 끝에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민이 실망한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국회에 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달라는 당부만 했다. “총리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검증이 반복돼 많은 분들이 고사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분은 찾기도 어려웠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인신공격 식으로 후보자를 몰아붙이는 야당과 일부 언론에 불만과 야속함을 느꼈을 수 있다. 인재 등용을 가로막는 청문회가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는 청문회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공격받을 소지가 적은 후보자를 널리 찾지 못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축구팀이 연패하고 나서 심판 탓, 룰 탓만 한다면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만 해도 논문 표절을 비롯해 각종 의혹과 문제점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어제 공개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 비율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대에 올라선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표현은커녕 “우리 스스로 털어도 먼지가 안 나도록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이 괜히 먼지를 털어 백옥 같은 후보자들에게서 없는 흠결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서강대 김병주 명예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선 당시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문제의 핵심은 비선을 필요로 하는 심리, 즉 벙커 심리에 있다”는 글을 올렸다. “주위가 적이거나 비(非)우호세력으로 포위돼 있다는 상황 인식, 신뢰할 수 있는 소수만이 속마음을 나눌 대상이라는 생각이 박 대통령을 벙커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그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대통령의 인사에 화합과 소통이 빠져 있고, 믿는 사람만 쓴다는 비판일 것이다. 국정의 한 축인 야당과도 소통하고 광폭의 인사를 해야 지금 같은 인사 실패를 또 반복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벙커’에서 나와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고언에 적잖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국무총리 후보자#정홍원#청문회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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