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책임으로 드러나는 해경의 ‘세월호 직무유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세월호 사고 때 해양경찰청의 부실 대응이 본격적인 검증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해경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직원 2명이 규정을 어기고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사실을 확인했다. 더구나 진도 VTS 측은 감사원 조사를 앞두고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관제실 내부 폐쇄회로(CC)TV 기록의 일부를 삭제한 뒤 감사원에 “CCTV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증거 인멸은 단순한 규정 위반인 근무 태만보다 훨씬 무거운 범죄 행위다. 세월호 참사에서 인명 피해가 커진 데는 해경이 초기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국가기관이 직무유기에 범죄 행위까지 저질렀다니 충격적이다. 진도 VTS는 사고 당일 오전 관할 해역에 들어온 세월호가 규정대로 진입 보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 순간인 오전 8시 48분부터 9시 6분까지 세월호가 항적을 이탈했으나 해경은 파악하지 못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수사하지 않았던 사실이 세월호 사고 두 달 반이 지나서야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어제 안전행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세월호 특위의 첫 기관보고에서도 의원들이 해경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월호가 진도 VTS에 구조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고, 다시 국제조난통신망으로 해경에 두 차례 교신을 시도했으나 해경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목포해경 소속 123구조함이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으나 선장과 선원들만 집중 구조했을 뿐 세월호 선내에 진입해 적극적으로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선박 관제를 책임진 진도 VTS 직원들과 현장에 출동한 해경 대원들이 모두 제 역할을 다했다면 세월호 승객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경의 태만과 직무유기는 곧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련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진상 규명에 어떤 거짓이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국회 특위와 검찰의 책임이 막중하다.
#세월호#해양경찰청#부실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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