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위]해양사고 조사기능도 통폐합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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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해양법학회 부회장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해양법학회 부회장
현재 해양안전심판원과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사고 원인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해양안전심판원은 해수부 소속기관이다. 해양사고 조사와 심판을 일차적으로 담당한다. 그런데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있는 해경의 수사정보 유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해양안전심판원도 조사의 객관성 유지가 관건이다. 만약 담당 조사관이 엄정하게 사고를 조사하지 않으면, 해수부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 규명이 흐지부지해진다.

우리의 해양안전심판원은 일본의 해난심판소를 모델로 했지만, 선박 안전성 확보에 대한 기능은 서로 다르다. 일본의 해난심판소는 조사와 징계를 주로 담당한다. 그 대신 선박사고 원인의 규명 및 안전 권고 기능은 육해공 사고를 총괄하는 운수안전위원회가 담당한다. 해양사고 조사, 징계 및 권고를 한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보다 이 방식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육해공 사고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다만 심각한 해양사고의 경우에 한해서만 연안경비대(USCG)가 조사를 맡고 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협조하도록 되어 있다. 영국은 독립된 해양사고조사국(MAIB)이 모든 해양사고를 조사한 후, 안전을 권고한 보고서를 발행한다. 어떤 방식이든, 해양선진국은 철저하게 객관성을 확보하고 재발 방지 기능을 강화했다.

정부가 안전 관련 부처를 신설한다면, 이런 점을 고려하여 정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해양안전심판원을 통폐합해 독립된 통합조사위원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제도 정비에는 당연히 법령의 정비가 수반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련 법령이 부족해서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아니다. 선박안전법, 해사안전법, 해운법, 선원법, 여객선안전관리지침 등 수많은 해양·해사 법규가 있지만, 모두 무의미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했다.

해양 이용·관리에 대한 국제규범도 이제는 진정으로 준수해야 한다. 유엔해양법협약이나 해상인명안전협약의 규정과 국제해사기구 권고를 좀 더 존중했다면, 비극의 발생 가능성은 낮출 수 있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한국을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국으로 지정하면서, 한국의 국제협약 비준수를 꼬집은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북극해 항로 개발에 어장 개척을 같이 논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없다. 이제는 한국을 해양후진국이라고 손가락질하는 해양선진국들의 평가를 냉정하게 수용해야 한다. 해양 영토의 확대나 해양 선진국 달성 같은 공허한 구호 대신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해양 안전을 확보하는 국가 개조와 도덕적 재무장이 요구된다.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 국제해양법학회 부회장
#해양사고 조사#해양안전심판원#합동수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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