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어머니 품안은 지상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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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카사트, 아기의 첫 손길, 1890년
메리 카사트, 아기의 첫 손길, 1890년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아무런 자극이나 욕망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의 충만, 행복, 평안을 얻는다. 그리고 그런 순수한 희열과 쾌감은 오직 유아기에 어머니의 품안에서만 가능하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미국 출신의 여성 화가 메리 카사트의 그림은 어머니의 품안이 지상낙원이라는 프로이트의 쾌락원칙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카사트는 당시 미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성애가 주제인 그림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유가 가부장적인 미술계의 성차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 시절 인상주의 남성 화가들은 도시의 카페, 술집, 카바레, 교외에서의 여가 등을 자유롭게 화폭에 표현할 수 있었던 반면 여성 화가들은 가정집, 오페라 공연장 등 극히 제한된 공간만을 그릴 수 있었다.

상류층, 중산층 여성이 동반자 없이 혼자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것은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남성들처럼 외출과 출입의 자유를 누릴 수 없었던 카사트는 여성에게 허용된 공간인 가정을 선택했고 오직 여성만이 그릴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것이 남성 화가들은 그릴 수 없었던 사랑스럽고 섬세하고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빛나는 모성애가 주제인 명화들을 탄생시킨 비결이었다.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의 딸인 타티야나는 ‘딸이 본 톨스토이’라는 자서전에서 ‘톨스토이주의’라고 불리는 인도주의 사상의 원천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밝혔다.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아버지의 인생에서 어두운 시절의 구원이 되고 피난처가 되었다. 아버지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이렇게 생각했다. ‘그 사람에게서 어떤 좋은 점을 발견하도록 노력하자.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자. 마치 어머니처럼.’

모레가 지상낙원으로 되돌아가 타인을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바로 그 날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모성애#메리 카사트#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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