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위험’ 학교건물, 제2 세월호 될까 겁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일 03시 00분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 1만2357개 초중고교 건물을 조사한 결과 121곳이 D등급을 받은 재난위험 시설이었다. D등급은 ‘긴급한 보수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다. 중점관리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건물도 1307곳이나 됐다. 세월호 악몽이 현재 진행형인데 우리 아이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교사(校舍)에서 공부한다니 아찔하다.

본보 조사 결과 D등급 학교 건물 가운데 절반 이상(69곳)이 개축을 못하고 있었다. 학교 개축이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학교 시설 증개축에 소요되는 교육부 특별교부금 자체가 크게 줄었고, 무상급식 등 복지 예산이 늘면서 교육청의 교육환경 개선비도 급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08년 6760억 원이던 교육환경 개선 예산이 올해 801억 원으로 줄었다. 경기도에서는 일선 학교들이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로 3400억 원을 신청했으나 교육청은 19%인 660억 원만 편성했다.

그나마 공립학교는 정부가 개축 비용을 전액 지출하게 되어 있으나 사립학교는 사학재단이 30%, 교육청이 70%를 각각 부담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수십억 원에 이르는 개축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사학재단은 많지 않다. 교육청은 사립학교에 보수 보강 공사비를 지원하고는 있으나 23곳(18.7%)은 예산 부족으로 이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책임은 몽땅 학교 측에 돌아갈 판이다.

학교 건물이 애당초 부실하게 지어진 곳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학교 건물은 폭설에 취약하다. 올해 기록적인 눈이 내린 강원도에서는 35개 학교 시설물 48곳이 붕괴되거나 파손됐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치하다가는 자칫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와 세월호 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안전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어린 학생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교사에서 공부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학교 건물은 한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 2008년 중국 쓰촨 성 지진 때 학교 건물이 무너져 수천 명이 매몰된 사건을 조사한 쓰촨 성 지진위원회는 “질 낮은 건축 자재 사용과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된 건물 건축이 학교 붕괴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설마’가 사람 잡는 세상이다. 정부와 국회는 다른 국가 예산에 앞서 학교 개축 예산을 시급히 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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