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배후 ‘유병언 비리’ 당국은 왜 지금껏 눈감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6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추적하고 있는 혐의만 해도 횡령, 배임, 탈세, 해외 재산 도피,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계열사 불법 지원,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등 10여 가지나 된다. 캐면 캘수록 점입가경인 ‘유병언 왕국’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보면 지난 20년간 검찰과 국세청, 금융감독원은 뭘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유 전 회장이 경영하던 세모그룹은 1997년 수천억 원대의 빚을 안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1999년부터 유 전 회장은 측근 등을 동원해 세모 자산을 인수하고 국내외 50여 개 회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재건했다. 법정관리를 이용해 수천억 원의 빚을 탕감 받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회사를 헐값에 사들이는 수법을 썼다. 이 회사들은 돌고 돌아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인 대균, 혁기 씨가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 소유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유 씨 일가가 회삿돈을 마음대로 갖다 쓰거나 계열사 간 불법 지원한 의혹을 낳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수십 년간 미국 뉴욕 맨해튼 아파트와 캘리포니아 리조트 용지를 사들이는 등 약 200억 원대를 해외로 빼돌린 사실도 포착됐다.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하루에 2000만 원 이상의 돈이 오고 가면 자동적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가 보내진다. FIU는 수상한 거래를 당국에 알려주게 돼 있지만 조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청해진해운과 계열사들이 산업, 기업, 우리, 경남은행 등 4개 은행에서 2000억 원의 자금을 턱없이 싼 이자로 대출받은 정황도 의심스럽다.

검찰은 유 씨 일가를 수사하는 목적으로 ‘손해배상 소송 지원’을 들었다. 그러나 설령 세월호 참사가 없었고 피해자들이 손배 소송을 내지 않는다 해도 이 정도의 비리를 저지른 유 씨 일가가 어떻게 지금까지 경찰과 검찰, 국세청, 금융위의 눈을 피할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관계(政官界)에 바람막이가 있어 이들의 불법과 비리를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세월호의 어린 영혼들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유 씨 일가의 비리부터 정관계 비호세력까지 샅샅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청해진해운#세모그룹#유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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