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기대응 잘못해 인명피해 키운 해경은 왜 수사 안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에서 인명 피해가 커진 데는 해양경찰청이 관제부터 구조에 이르는 초기 대응을 잘못한 탓도 있다. 해경 소속인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7시 8분 세월호가 자신들의 관제 해역에 들어왔는데도 규정을 어긴 채 진입 신고를 하지 않은 것부터 방치했다. 이 때문에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사실을 제주관제센터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해경은 세월호를 ‘관심 선박’으로 지켜봤다면서도 정작 사고 순간인 오전 8시 50∼54분 레이더에 잡힌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더욱이 진도관제센터의 지능형 해상교통관리시스템은 여객선이 기존 항로를 이탈하면 경고메시지가 해경 상황실 등에 보내지게 돼 있다.

오전 8시 52분 배에 타고 있는 단원고 학생이 119에 침몰 신고를 하자 이를 넘겨받은 해경은 어린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반복해 물었다. 해경이 배 이름만 물어 진도관제센터에 알려주면 사고 위치를 알 수 있는데도 시간만 허비한 것이다. 진도관제센터가 세월호와 오전 9시 7분∼38분 27차례나 교신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승객 탈출을 지휘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교신이 끝나고 16분이 지나 배가 많이 기운 뒤 뒤늦게 탈출 지시를 했을 뿐이다. 이런 내용을 은폐하려고 교신 녹취록을 20일에야 공개한 게 아닌지 석연찮다.

해경 경비정은 진도관제센터가 세월호와 공용통신으로 교신하고 있는데도 다른 채널로 교신을 시도하다 상황 파악이 안 된 채 출동했다. 해경구조대는 선박이 완전히 뒤집히지 않은 상황인데도 물에 떠 있는 사람만 구하는 소극적 구조에 그쳤다. 300명에 가까운 승객이 선내에 갇혀 있다는 것을 해경이 몰랐는지, 알고도 선내 진입을 안 하거나 못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해경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면 속히 수사해 책임이 있는지 가려야 한다.
#세월호#해양경찰#초기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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