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뚫려야 요란 떠는 ‘뒷북 안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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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우리 군은 나흘 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을 겨냥한 북한의 포격에 맞서 300여 발의 K-9 자주포를 발사했다. 북한이 남쪽으로 쏜 포탄 100여 발의 3배를 NLL 북쪽으로 쏟아 부었다. 2010년 북한이 연평도 곳곳을 공격했을 때 북한군 기지를 향해 쏜 K-9 80여 발보다 훨씬 많은 대응포격을 했으니 군에서 “강력하게 대응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4년 전 연평도에 배치된 K-9은 6문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절반은 고장으로 침묵을 지키고 3문이 대응포격에 나섰다. 이번에는 백령도에만 40여 문의 K-9이 있어 북한에 제법 위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씁쓸한 것은 북한이 4년 전 도발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군이 과감하게 3배 규모의 응징포격을 할 만큼 대비가 돼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북한의 무인기에 청와대 영공이 뚫린 사건으로 유비무환(有備無患)과는 거리가 먼 우리의 안보대책이 드러나 더욱 그렇다. 걸핏하면 도발을 하거나, 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북한과 맞선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주하는 국가 심장부가 뚫렸다. 이런 수준이라면 북한의 기습 도발에 또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천안함 폭침도 북한의 도발 위협을 실제 상황으로 여기지 않는 우리의 안이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군은 천안함 폭침 전까지는 서해는 수심이 얕고 물이 탁해 잠수함 공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하고 난 뒤 대잠(對潛)작전을 바꾸고 무기를 강화했으니 전형적인 ‘뒷북 안보’다.

왜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북한의 다양한 도발전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무엇이 됐든 북한의 도발은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와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닌가.

상상력 부족으로 북한 무인기의 청와대 침투를 막지 못했다면 미국의 테러 대비가 교훈이 될 것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2000년 1월 오사마 빈라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라고 중앙정보국(CIA)에 지시했다. 외국에서 미국 본토를 공격하려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할 방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IA 대테러센터 요원들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첩보자산을 샅샅이 뒤져 공군이 보유한 무인항공기 프레데터를 후보로 선택했다.

12개 이상의 미 정부기관이 똘똘 뭉쳐 영상과 신호정보를 통합한 무인비행 체계를 구축했다. 격납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프레데터가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지형에서도 목표물을 탐지해내는 마법의 무기로 바뀐 것이다. 프레데터는 그해 여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인근 농장에서 빈라덴을 포착했다. 그러나 프레데터는 공격 무기가 없었다. CIA는 프레데터의 구조 변경과 수많은 시험을 거쳐 몇 달 뒤 공격헬기용으로 개발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상상하던 무장 무인항공기를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2001년 10월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프레데터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지휘부, 대공미사일 기지 등 주요 목표물 제거에 앞장섰다.

비대칭 전쟁은 9·11테러 이후 세계의 고민이 됐다. 북한은 최고 수준의 비대칭 무기인 핵과 미사일에 초보 단계의 무인기까지 동원해 남한을 노린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을 만들었다. 4성 장군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까지 지낸 김장수 실장이 안보 사령탑이다. 그런데도 번번이 북한의 기습에 당하고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느라 허둥댄다면 국민은 기댈 데가 없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 돈 기술 인적자원이 부족하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북 대결에서 ‘뒷북 안보’는 참담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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