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마전’ 문화재 복원 공사, 다른 곳은 이상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숭례문과 광화문을 복원하는 공사가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두 공사를 지휘한 신응수 대목장은 광화문 복원용 금강송 4그루(감정가 6000만 원)와 숭례문 복구용으로 국민이 기증한 목재 일부(감정가 4200만 원)를 빼돌렸다. 담당 부처인 문화재청에서 관리 감독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은 시공업체로부터 정기 상납을 받았고, 교수 등 복원 자문위원 5명은 모두 2730만 원을 받았다. 신 대목장은 문화재 수리 자격증을 불법 대여받은 혐의도 있다.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화마에 불탄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이를 복원한 공사마저 복마전처럼 진행됐다니 통탄스럽다. 이번 수사는 작년 12월 숭례문 기둥에 러시아산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산 목재 사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횡령, 뇌물, 자격증 대여 등 관련 업계의 총체적 비리가 줄줄이 밝혀졌다. 문화재청과 시공업체 사이에 담합과 비리 사슬이 얼마나 견고하게 연결돼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복원 공사가 이런 형편이면 다른 문화재 공사는 어떨지 걱정스럽다.

신 대목장은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전통 목조건축 장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2008년 광화문 복원 과정에서 “나무가 부족하다”며 문화재청에서 질 좋은 금강송을 공급받고서는 질 낮은 소나무를 대신 사용한 다음 허위 보고를 했다. 2012년 숭례문 복구 때는 국민의 정성이 담긴 기증목 가운데 154본을 빼돌려 경복궁 수라간 복원 등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화재청의 감독 및 내부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문화재 업계와 문화재청의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 복원과 보수 시스템의 혁신, 문화재 행정의 투명성 강화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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