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제 노역’ 재벌의 숨긴 재산 샅샅이 찾아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일당 5억 원의 ‘황제노역’으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의 노역이 어제 오후 중단됐다. 광주지검은 “노역장 유치 집행을 정지함으로써 1일 5억 원씩의 벌금이 납부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조치로 판단했다”며 벌금 224억 원 전액을 강제 집행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을 저지른 허 전 회장은 벌금과 세금, 채무 등 634억 원을 내지 않고 도피했다. 22일 뉴질랜드에서 귀국하자마자 검거된 뒤 공휴일 건강검진 등으로 실제 노역을 하지 않고도 5일간 노역장 유치로 25억 원, 긴급체포 당시 1일 구금으로 5억 원 등 이미 30억 원의 벌금을 감면받은 상태다. 검찰이 이를 중단시키고 벌금형을 집행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허 씨는 “내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없다”고 했으나 검찰은 국내외에 감춰진 그의 재산을 샅샅이 찾아내 벌금형을 강제 집행해야 할 것이다. 29만 원밖에 없어 추징금을 낼 수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검찰이 뒤늦게 뒤진 결과 수천억 원의 돈이 나왔다.

일당 5억 원 노역이 결정된 데는 검찰의 책임도 크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 원을 구형하면서 탈루한 세금을 모두 냈다는 이유로 징역에 집행유예, 벌금형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구형대로라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법원은 벌금형에 대해서만큼은 선고유예보다 중한 처벌을 했으나 3년 이내에서 노역장 유치를 할 수 있는데도 49일만 하는 바람에 국민의 법 감정을 거슬렀다.

항소심 재판장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29년간 재직한 향판(鄕判)이다. 허 씨의 부친도 향판을 지내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향판은 대다수 판사가 서울 근무를 희망할 때 지방에서 일하려는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시작돼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공식화했다.

그러나 향판은 토착 세력과 유착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선재성 부장판사 파문, 올해 2월 서남대 설립자 보석 허가 파문은 향판이 빚은 폐해다. 뒤늦게 대법원은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환형유치제도’와 향판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출신 지역을 피하는 향피(鄕避)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일 수 있다.
#5억 원#대주그룹#허재호#노역#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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