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상곤의 ‘무상버스’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6·4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버스 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무상(無償) 대중교통의 첫걸음을 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4년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전면 무상급식’ 공세로 재미를 보자 이번에 한술 더 떠 ‘무상버스’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무상급식’이든 ‘무상버스’든 모두 공짜가 아니라 국민 세금에서 돈이 나간다. 공짜 버스를 만들자면 세금을 더 걷고, 다른 데 들어갈 예산을 버스 운영비로 돌리는 수밖에 없다.

버스 완전공영제는 경기도 지역에서 영업하는 버스회사들을 모두 경기도 산하 공사(公社)로 만들고, 버스 기사들을 지방공기업의 직원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소규모 오지 정도는 몰라도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런 황당한 제도를 도입한 곳은 선진 시장경제 국가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중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가 서울시처럼 민영 버스회사의 적자를 일부 보전하는 준(準)공영제만 도입하더라도 매년 5000억 원의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하고 완전공영제를 하려면 조(兆) 단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무상급식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전국적으로 번져나갔고 보편 복지는 시대정신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는 무상급식 예산이 급증하면서 학교시설 개선과 영어교사 확충 등 교육의 질과 관련된 사업비 배정이 크게 위축됐다. 경기 침체로 인해 지방 세수(稅收)가 급감하자 경기도는 무상급식 지원 예산도 지난해 874억 원에서 올해 572억 원으로 줄였다. 김 전 교육감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면 이런 식의 선거 공약은 내놓지 않을 것이다. 김 전 교육감이 무상교통 공약을 내놓은 것도 설령 일각에서 비판을 받더라도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노이즈 마케팅’의 성격이 짙다.

20세기 초 세계 10대 부국(富國)의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1940년대 이후 포퓰리즘 망령에 휘둘려 국력이 크게 추락한 뒤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총선거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무상의료 같은 선심성 공약을 내걸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으나 집권 후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자 공약을 포기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이 3년여 만에 총선에서 참패한 데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도 한몫했다.

김 전 교육감이 공언한 대로 경기도가 공짜 버스를 도입하면 지방세를 대폭 올리지 않는 한 다른 분야 투자는 격감하고 경기도 재정도 파탄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교육감은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조달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김상곤 식 포퓰리즘’이 활개 치는 것을 막으려면 유권자들의 각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지자체와 나라 곳간을 거덜 내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후보들을 가려내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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