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그제 공공기관의 친박(친박근혜) 낙하산 인사 명단을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곧바로 노무현 정부 때 낙하산 인사를 공개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에 따르면 작년부터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에 임명된 친박 인사가 84개 기관에 114명이다. 민 의원은 “공공기관 친박 인사의 현주소는 노골적이고 전면적이라는 점에서 과거 정권보다 정도가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노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149명이다.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 열린우리당 당료, 청와대, 2002년 대선캠프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사전에는 대다수가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들이지만 참여정부 때는 전문성과 능력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세라고 반박했다.
현 정권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명사전까지 만든 민주당은 과거 집권 시절의 낙하산 투하를 까마득히 잊은 모양이다. 새누리당도 “당신들도 했지 않느냐”며 맞불을 놓기 전에 자성의 태도를 보여야 했다. 정권을 잡기만 하면 전리품처럼 공공기관 자리를 챙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정치권에는 없는 듯하다. 양측 모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역설적으로 더 치열하게 폭로 공방을 벌이도록 권하고 싶다. 국민이 전 정권과 현 정권을 비교하면서 실태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현재의 잘못이 더 나쁘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같은 잘못을 반복해 국민의 실망이 크다. 더구나 ‘노무현 낙하산’은 5년간 149명인 데 비해 박근혜 정부는 이제 출범 1년에 114명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늘지 모를 일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공공기관 개혁은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낙하산 인사를 남발하면서 어떻게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