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각자 확인하라”는 맹탕 대책으로 정보유출 막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어제 개인정보 유출 대책을 발표했다. ‘자기정보결정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 정보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언제 이용했는지 조회할 수 있고 원할 경우 정보 제공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정보 유출 사태 직후 현 부총리는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며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려 공분을 샀다. 그런데도 현 부총리는 여전히 자기 책임만 강조하는 듯하다. 국민 각자가 매일 금융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 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묻고 자료 파기를 요청하라는 전형적 ‘탁상 행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말 “개인 식별 수단으로 주민번호의 대안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음에도 관련 대책은 나오지도 않았다. 주민번호 처리 방침은 개인정보 보호의 핵심이다. 최초 거래할 때만 금융사에 주민번호 수집을 허용한다지만 이 정도로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어렵다.

당초 2월 말 발표하려던 것을 2차례나 연기했으면서도 금융 분야의 대책에 그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1억400만 건의 신용카드 고객정보에 이어 KT 고객 1200만 명의 정보가 털렸는데도 단편적 대책만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고 수차 강조한 바 있다. 관련 기관들이 모여 앉아 종합적 대책을 고민해 봤는지 묻고 싶다. 정보 유출 징벌적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의 1%로 잡았다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에 3%로 올렸지만 관련 매출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구체적 기준도 내놓지 못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를 장기 검토사항으로 미룬 것도 업계 입장을 지나치게 의식한 조치다.

7개 전업 카드회사들은 지난해 1조6597억 원의 막대한 순이익을 올렸다. 돈 버는 데만 관심 있고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 보호에는 소홀했다. 정부 대책에는 또다시 정보 유출 사고가 나면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는 비장함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긴 ‘맹탕 대책’을 보면서 현오석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현오석#신제윤#최문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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