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 의사들, 히포크라테스를 잊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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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개원의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오늘 집단 휴진을 강행한다.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사실상 파업이다. 상당수 대학병원 전공의들도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해 대학병원의 진료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집단 휴진일은 일주일 중에서 환자들이 병원에 가장 많이 몰리는 월요일이어서 불편이 우려된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허용을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건강보험 수가(酬價)는 복지부에서 의료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지난달 18일 합의했다. 그런데도 노환규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지도부는 합의를 뒤집고 총파업 투표를 강행했다. 의협 지도부의 독선적인 행태가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와 결합하면서 환자들을 볼모로 잡고 집단적인 행동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현 전 의협 부회장과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등 중진급 의사 38명은 지난주 의협 지도부를 비판하며 대한평의사회(가칭)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 전 부회장은 “노 회장이 취임 후 돌연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와 연대해 좌(左) 편향 투쟁으로 흘러 대다수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파업’의 명분으로 의료 민영화 반대나 원격진료 반대 등을 내걸고 있으나 이번 집단행동의 핵심은 건강보험 수가의 인상을 노린 투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자인 의사가 노동자에 해당하는 보건의료노조와 연대 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업 의사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보호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의협이 집단 휴진을 강행하면 업무개시 명령 등 법에 따른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위법 사실을 파악해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는 오늘 휴진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바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15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할 방침이다. 의사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대로 면허 정지나 의료기관 개설 취소 검토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국 시도 보건소 등과 협조해 비상 진료 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의사들의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것과 별도로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어놓고 합리적 요구를 수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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