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성진]왜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꿈쩍하지 않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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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필자가 아직 대학생 신분이었던 1962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하여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었는데, 그해 국민 1인당 소득은 87달러 상당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2년 연말의 1인당 국민소득은 그보다 260배가 조금 넘는 2만2670달러 상당으로 발표된 바가 있다.

근간 정부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나 청와대의 수석비서관회의 등 석상에서 현안의 각종 정부시책 또는 국민들의 불만 사항과 관련하여, 정부 부처의 책임자들이 너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일종의 우려랄까 독려성 의사 표명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있었다.

여기서, 정부부처의 장관들을 포함한 고위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 경제 개발과 수출 진흥 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나 산림녹화 등을 위하여 정신없이 뛰던 시대에 비하여 왜 언론에 ‘꿈쩍하지 않는다’는 비유적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덜 움직이고 있는가에 관하여 한번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무엇보다도 공직자들의 가치관이 과거에 비하여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국가주의적 가치관이 개인주의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그로 인한 성취의식보다,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과거보다 더 중요시하게 된 측면이 크다는 뜻이다.

취미 생활을 위하여 조기에 명예퇴직을 신청한다든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여 승진에 불리한 해외 근무를 자원하는 공직자가 더러 있다는 사실 등이 그런 변화의 한 예일 것이다. 2012년 우리 국민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6.6에 못 미치는 6.0에 불과하다고 알려진 사실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또 관료들은 조직의 이익을 지키고 극대화하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한다는 행정학계의 이른바 합리적 선택 이론이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퇴직한 고위 간부를 산하 공기업의 임원으로 보낸다든가 로펌이나 회계법인이 이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의 고착된 관행과 폐습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법원이나 검찰 또는 특허청, 국세청 출신들은 변호사나 변리사, 세무사 등으로 개업하는 보장책이 있다는 사실도 고위공직자들의 과거 같은 헌신적 전념성(專念性)을 저해하는 한 요인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공직에 목을 매는 것과 같은 풍토가 40∼50년 전에 비하여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말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직자들을 헌신적인 자세나 마음가짐으로 끌어들이는 감동이랄지, 자발적인 동기요인이 과거에 비하여 많이 약해진 것이 아닐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모든 조직의 구성원이 마찬가지겠지만, 공무원들도 의무와 책임의식보다 보람과 성취감으로 직무를 수행할 때 더 효율적인 성과가 날 수밖에 없다.

필자 자신도 검사 출신 교수로서 우연히 대학의 총장으로 선임되었을 무렵 학내외의 평판에 따라 출신학교와 지역에 관계없이 보직교수를 선임하고 학교의 혁신·발전을 위해 도와줄 것을 온 마음으로 호소했을 때, 많은 교직원과 동창들이 협조해 준 작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개발시대의 리더십과 통합시대의 리더십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은 수직적 리더십뿐만 아니라 수평적 리더십도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하더라도 국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입법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힘을 바탕으로 하는 권위에 따뜻함을 바탕으로 하는 포용력까지 더해진다면 공직자들의 사기나 국정 수행의 능률이 더 오를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아버지와 같은 리더십에 어머니와 같이 어르고 추어올려 주는 따뜻함이 보태진다면, 그들이 어떻게 감히 꿈쩍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고위직#가치관#국가주의적#사명감#성취의식#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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