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0세 시대의 상속법, 홀로 남는 배우자 몫 늘려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법무부의 민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가 유언에 상관없이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우선 분배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부부가 함께 살다가 나이 들어 홀로 남게 되는 배우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 배우자가 기여한 정도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의미가 있다. 100세 수명을 내다보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배우자 권리를 중시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기 때문에 여권(女權)을 존중하는 뜻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의 쟁점은 배우자의 선취분(先取分)에서 배우자 기여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는지와 선취분 규정이 유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지의 여부였다. 배우자의 선취분 기여 정도는 혼인 기간에 증가한 재산으로 한정했다. 새 아내가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다면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반면 배우자에게 선취분 절반을 강제로 주도록 하는 규정은 유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특위는 ‘재산의 형성 경위를 보고 선취분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으나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산이 많은 자산가의 경우 배우자 선취분이 늘어남으로써 홀로 남은 부모의 재혼을 막거나 가족 간 분쟁이 늘어날 개연성이 커졌지만 서민층에겐 큰 영향이 없을 듯하다. 배우자가 재산을 많이 물려받았다 해도 결국은 자식한테 상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경영권이 걸린 재산 상속에는 분란의 소지가 있다. 살림만 하던 배우자가 재산을 물려받음으로써 자식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사전에 증여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

상속 관련 법률은 수십 년 이어져 온 관행을 바꾸는 문제이고 저마다 놓인 상황이 달라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의 상속분을 상속 재산의 5할로 한다’는 2006년 개정안처럼 폐기 수순을 밟지 않으려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재산 분할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면 유족끼리의 갈등과 분쟁을 불러오기 쉽다. 노년에 배우자 또는 자녀들과 얼굴을 붉히지 않고 피상속인의 세금 폭탄도 피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배우자에 대해서는 10년간 6억 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으므로 미리 준비할수록 절세가 가능하다. 100세 시대의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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