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이 개인정보 빼내 사업할 때 고용부는 뭐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고용노동부 5급 공무원 최모 씨는 정부 전산망에서 빼낸 정보를 이용해 국가 지원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그제 구속됐다. 최 씨는 전직 동료와 가족, 친지 등과 공모해 세금 빼먹는 회사를 따로 차렸다. 고용 창출과 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지원금이 많은데도 상당수 기업체들이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점을 노렸다. 고용정보 시스템에서 알아낸 정보로 지원금을 대신 신청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기업 정보 800만 건을 임의로 조회하고 12만 건을 빼내는 불법을 저질렀다.

최 씨가 만든 회사 5개를 통해 정부로부터 타낸 ‘신규 고용 촉진 장려금’ 등의 지원금은 190억 원에 이른다. 공무원이 해당자를 찾아내 지원금을 타도록 도와주기는커녕 수수료를 챙기는 장사를 했다. 이렇게 해서 챙긴 돈이 58억 원에 이르는데도 고용부는 까맣게 몰랐다. 정부가 기업과 근로자 지원을 위해 만든 제도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부패한 공무원의 배를 불린 셈이다. 정부의 다른 지원금도 ‘눈먼 돈’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철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에는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정부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일선 공무원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빼내 악용할 소지가 있다. 지난해 말 세종시교육청에서는 감사실 직원이 비위 조사를 받던 간부에게 민원인의 신원을 알려줬다가 적발됐다. 성 추문 검사 사건 때는 다른 검찰청의 수사관이 상대 여성의 얼굴 사진을 외부로 유출한 일도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근무하는 직원은 보험 가입자들의 수입과 재산을 송두리째 볼 수 있다.

고용부는 실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지만 고용부만의 일은 아니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공공 부문의 정보 관리 실태를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 최근 드러난 신용카드 정보 유출과 이번 사건은 모두 내부의 관련 인물이 작심하고 벌인 일이다. 정보를 다루는 공무원과 회사 직원들에 대한 보안교육과 인적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직원 중에 누가 정보를 조회했는지 기록으로 남기게 하고, 정보 다운로드는 허가 없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상 징후에 대한 내부감시와 고발 체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정보유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