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한교]이공계 기피 이대로 둘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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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교 한국폴리텍대 김제캠퍼스 교수
이한교 한국폴리텍대 김제캠퍼스 교수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을 경시하는 풍조가 퍼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공계를 꺼린다. 산업 현장과 연구실 공동 현상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은 노동과 땀을 필요로 하는 이공계 직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가 잊고 있는 것 같다.

이달 8일자 동아일보 A1면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국가 주석인 시진핑이 달 탐사위성 창어 3호 업무와 관련된 과학자들과 악수하며 격려하는 사진이 실렸다. 그 옆에는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한국과학상 및 젊은 과학자상 시상식을 미래창조과학부 실장급이 시상하는 사진을 배치했다. 너무나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혹시 정부가 과학자들을 보는 시각이 이렇다면 충격이다.

2000년대 들어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핵심 주요 공직자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다. 반면 우리는 민간 기업에서조차 출세의 길이 막혀있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우수한 두뇌의 과학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그러니 우수한 이공계 출신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현장에서 이탈한다.

필자 또한 이공계 출신이다. 30여 년 동안 후진을 양성해왔다. 정부와 국회가 얼마나 넓고 긴 안목으로 이공계에 투자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고교생들조차도 이과 선택 비율이 줄었다.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들도 의대로 진학하는 실정이다. 이공계 대학생 중 매년 2만 명가량이 자퇴를 하고, 국공립대 자퇴생의 66%가 이공계 출신이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학생들에게만 원인을 돌릴 수 없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정부는 물론 각 기업에서조차 연구 예산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이공계 분야 연구원들을 1순위로 퇴출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생산성에만 20여 년 동안 매달려 왔다.

국부 창출은 과학의 밑그림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과학기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먼저 이공계 출신을 고급 관료로 육성하고, 기술 인력 우대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재정과 기업의 인력 개발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역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안일하다. 지금 누리는 경제적인 혜택에 고무된 것 같다. 사실 현재의 경제 발전은 1960년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이 법대나 의대보다는 공대로 몰려 기술개발에 전력하고, 산업현장에선 실업계 출신들이 숙련된 기능공으로 제조업을 이끌어온 결과이다. 그 주역들이 이제는 베이비붐 세대란 닉네임으로 현장을 떠나야 하는 데도 물려줄 젊은이들이 없다. 이처럼 속은 멍들어가는 노후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화려한 ‘화장발’에 고무되어 이공계 기피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해 심각한 사태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업무에 비해 낮은 수입, 전문직 대비 상대적 박탈감, 사회적 지위약화, 직업의 안정성 면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홀대받고 있다. 이를 외면하면 국부 창출은 점점 쇠퇴할 거라는 얘기다.

이한교 한국폴리텍대 김제캠퍼스 교수
#과학기술#이공계#중국#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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