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정근]공공기관 개혁, 전략 전술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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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아시아금융학회장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아시아금융학회장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개혁을 강조하는 등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현재 중앙정부 산하 295개, 지방정부 산하 395개 등 모두 690개의 공공기관이 있다. 고용인원도 중앙 25만 명, 지방 7만 명 등 총 32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비중이 큰 공공기관이 총체적인 경영 실패와 방만 경영으로 작년 말 부채가 중앙 520조 원, 지방 72조 원 등 592조 원에 이르고 있다. 자체 수입으로 이자도 못 갚아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등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런 지경에 이른 근본적인 원인은 낙하산 인사와 공영체제 유지다. 공공기관의 경영진 감사는 퇴직 관료와 정치인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낙하산 인사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방만 경영을 방조하는 셈이다. 낙하산을 그냥 두고 방만 경영을 근절한다는 주장은 연목구어다.

둘째로는 공공기관장들이 기업가 정신이 없는 비전문가라는 점이다. 과거에 바쁜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여유로운 삶을 가지려는 퇴직 관료들에게 치열한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다. 당연히 경영효율을 기대할 수 없다. 경영 실패도 속출하고 있다.

공영체제의 문제는 감시소홀과 재정부담이다. 민간기업들은 시장의 감시는 물론이고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등을 통해 상시 감시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감독 당국이나 관련 인사들이 요직에 있어 감시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공공기관 평가도 295개 중앙공공기관 중 178개 기타공공기관은 제외되어 있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적자가 나면 세금에서 보전해야 하므로 재정부담이 가중된다.

공공기관 개혁은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낙하산 근절, 방만 경영 개선, 공공성이 약한 기관의 민영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강조하고 정부가 추진한다고 쉽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수차례 주장해 왔지만 실패했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의지가 개혁 완성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둘째,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 조성 등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여건도 조성되기 전에 무리하게 추진하다 역풍을 맞는 경우도 종종 있다.

셋째, 노조 파업 등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이 수립돼 있어야 한다. 영국 광산노조 파업에 대비한 석탄 비축이 좋은 예다.

넷째, 개혁 주체가 중요하다. 개혁 대상이 개혁 주체가 되어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적 신망이 두텁고 강직한 소신과 추진력 있는 개혁위원장을 비롯한 참신한 개혁세력이라야 한다.

다섯째, 강공(强攻)만이 능사가 아니다. 때로는 차선책을 택하고 당근도 제시하면서 노조는 물론 관료들도 포용하는 포용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690개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거나 앞으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수많은 관료들이 있다. 32만 명의 공공기관 근로자들이 복지 삭감에 저항하는 현실에서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참에 공무원들도 과거 압축성장시대 압축승진으로 일찍 퇴직하고 산하기관으로 내려간 뒤 정년까지 근무하는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고령 국장이 수두룩하다. 공공기관 노조 입장에서도 낙하산 없이 내부 경영진이 나오는 체제가 되면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건이 성숙되면 속전속결로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 현실적으로 개혁은 어려워진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아시아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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