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문]해고 통보는 반드시 문서로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병문 중앙노동위원회 조사관
이병문 중앙노동위원회 조사관
2012년 대학을 졸업한 P 씨(25)는 수도권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그러다 2013년 5월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장이 갑자기 부르더니 “당장 오늘 짐을 싸서 나가고, 기숙사 방도 비우라!”는 거였다. P 씨는 퇴사 후 신경쇠약증에 걸려 입원하는 처지가 됐다. P 씨의 부모는 P 씨에게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게 하였다.

관할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로 인정하고, “P 씨를 즉시 원직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사장이 지적받은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해고 통지를 문서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둘째, 해고사유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해고사유와 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래야만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해고를 둘러싼 분쟁 사항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 P 씨 회사 사장은 P 씨가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와 함께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라서 해고했다는데 이는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통상 사업장에서는 수습(시용)기간을 두는데,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기간(보통 3개월) 근로자 능력 등을 평가하여 채용을 확정하기 위한 기간을 ‘시용’이라 하고, 채용이 확정된 후 업무능력 또는 적응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기간을 ‘수습’이라 한다. P 씨의 경우 시용 기간이었다면 모르지만 채용되어 1년을 넘긴 시점에서 ‘이상한 성격에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

근로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는 자발적인 경우와 비자발적인 경우, 두 가지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인데 이는 근로자에게 문제가 있는 징계 등에 의한 해고와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나눌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우리나라에서는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징계해고의 경우 노사가 함께 정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사유를 명시하고 그에 해당되는 경우에 하여야 한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며, 이때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을 정해 그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해고의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통지는 반드시 문서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문 중앙노동위원회 조사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