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도연]대학 혁신하려면 정부 투자 확대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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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
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육’이다. 대학들은 좋은 교육을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연구 업적이 뛰어난 명망 있는 교수들은 프로 선수들처럼 스카우트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탁월한 연구 성과가 좋은 교육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교수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열성적인 강의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끝없이 유발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수들로부터 폭넓고 심오한 지식을 전달 받을 때 학문에 대한 동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의 과목을 수강하거나 필즈 메달을 받은 젊은 수학자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대학은 그야말로 초일류 대학이다. 아직 우리에겐 그런 대학이 없는 점이 아쉽지만, 발전한 정보통신기술 덕에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를 의미하는 묵(MOOC)에 접속하면 최고 교수들의 강의를 누구나 무료로 편한 시간에 수강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의 ‘시장론’은 1월부터 코세라(Coursera)에 접속하면 수강할 수 있다. 필즈 메달을 받았던 세드리크 빌라니 교수의 ‘기초수학’은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펀(FUN·France Universite Numerique)에서 제공한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주관하는 코세라나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설립한 에닥스(EdX)는 각각 6000만 달러 정도를 민간에서 투자 받은 일종의 벤처기업이다. 프랑스의 펀은 고등교육 혁신을 위해 정부가 1200만 유로를 투입해 새로이 만들고 있는 플랫폼이다. 영국에서는 퓨처런(FutureLearn)이, 독일에서는 아이버시티(Iversity)가 모두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교육이 혁신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믿어진다.

묵은 대학 강의를 단순히 녹화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학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하는 것이다. 묵에서는 교수와 학생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중간 및 기말 고사를 거쳐 정해진 성과를 보이면 과목이수증도 발급한다. 미국의 조지아텍(조지아공대)은 묵에만 의존하는 컴퓨터과학 석사과정을 개설하면서 다른 분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과정의 등록금은 과거의 20% 정도인 6600달러로 책정되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묵 과정의 수강생 평균 나이는 25세 정도다. 이는 묵이 대학 자체의 교육뿐 아니라 사회인을 위한 계속 교육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여하튼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류사에서 문자와 인쇄술 발명에 이은 세 번째 혁명으로 간주되고 있다. 교육 체계와 교육 방식의 큰 변화는 필연이다. 우리 대학들도 여기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이다.

교수가 자신의 강의와 묵을 연합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형태의 강의를 한다면 이는 상당히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묵의 강의는 대부분 영어로 제공되기에 장벽이 있지만, 그래도 영어 자막이 함께 있어 도움이 된다. 고등교육의 혁신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 변화에 대처하려면 우리도 프랑스처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김도연 일본 도쿄대 특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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