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성윤]평화유지 활동, 더 늘려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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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남수단에 주둔하고 있는 한빛부대 인근 네팔군 기지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여러 명이 다쳤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도중 일어난 일로, 평화유지군 기지가 공격 대상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주둔 지역이 내란 중이라 교전 상황으로 내몰릴 위험성이 있다. 공병이 주축인 한빛부대는 자체 방위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타국의 평화유지군과 협력하여 우발적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평화유지활동은 위험하고 복잡하다. 국경·비무장 지대 감시, 휴전협정 감시, 병력철수 감독, 비합법 무장단체에 해산 및 무기 회수와 같은 전통적 임무만 하는 게 아니다. 난민보호 및 재난구조, 지뢰 제거, 내전 대비 예방적 전개활동 등으로 임무 반경이 확대되고 있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화유지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왜 그럴까.

파병국은 통상 국제평화유지활동을 통하여 국가의 위상 제고를 꾀한다.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정치·외교적 기반을 구축하려 한다. 예컨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증대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무역을 선점하며, 개발 투자 등에서의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자 한다.

하지만 필자는 병가(兵家)의 관점에서 그 필요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아무리 좋은 전법, 훌륭한 장비라도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이 안 되면 효용이 없다는 가르침이 있다. 먼저 평화유지활동을 전투용·비전투용 장비를 두루 포함한 우리 방산장비의 성능실험을 통해 군의 전투력 향상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전투복과 야간 투시장비의 실용성에서부터 장갑차, 트럭 등 장비의 전투 기동성 및 방호(防護) 강도에 이르기까지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둘째,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서도 현장 경험은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평시 교육 훈련을 통하여 얻은 지식을 실전에서 검증할 수 있으며, 실패를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필요한 실전용 교리도 개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병국들 간의 업무적 교류 및 우호적 관계는 향후 한반도 유사시 관련국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공동 대응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은 ‘말’이나 ‘글’의 약속보다는 전우애(戰友愛)를 함께 나누는 기회를 통해 담보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평화유지활동은 국익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은 물론, 다국적군이 함께하는 평화유지활동 파병 또한 보다 유연성 있게 다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를 다한 경우에야 유사시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평화유지활동(Robust PKO)’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군의 평화유지활동이 비전투 위주의 활동에 매이지 않도록 보완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국민의 깊은 이해와 지지가 절실한 때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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