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의 한강이북 주둔 지속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그제 “일정 수준의 주한미군은 한강 이북(以北) 잔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용산기지와 한강 이북 주둔 주한미군을 모두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기존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미 2사단을 한미 연합사단으로 재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방어와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캐퍼로티의 발언을 계기로 지난해 의견을 나누다 중단된 한미의 연합사단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2004년 용산기지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에 합의했다.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과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 계획이 맞아떨어져 모든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후진시키는 결정이 내려졌다. 보수진영과 예비역 장성들이 북한에 오판의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으나 노 정부와 미국은 재배치를 강행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자동 개입해 북한 격퇴에 나선다는 의미의 ‘인계철선(tripwire)’이 사라지는 데 대한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이라크전 등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시행해 대북(對北) 억제 역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발언은 2000년대 초에 비해 대폭 악화한 한반도 안보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하다. 2015년 전시작전권이 예정대로 전환되고 2016년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개입이 어려워진다. 작은 규모라도 주한미군이 휴전선과 가까운 한강 이북에 계속 주둔해야 북한에 확실한 경고를 줄 수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려면 한미가 약속한 기존 합의를 수정해서라도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춘 뒤 전작권 전환을 하자며 미국에 재연기를 요청했다. 주한미군의 한강 이북 잔류와 연합사단 구성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기존 합의 수정을 추진해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국이 결정하면 그대로 시행할 수 있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평택기지 건설은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홍역을 치렀다. 한강 이북의 미군 주둔 지역에서는 조속한 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방안도 미리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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