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중열]주먹구구 항공정책 이제 그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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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열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조중열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지난주 경북 울진공항 부근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하여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고 주말에는 서울 고층아파트에 헬리콥터가 부딪혀 추락해 조종사 등 2명이 사망했다.

항공기 사고는 복잡하기 때문에 사고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기까지 통상 1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항공 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항공 정책이 비전문가들에 의해서 많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울진공항은 바로 옆에 해발 800m의 산들을 끼고 있어서 강력한 하강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엔진 성능이 약한 경비행기는 이착륙이 위험할 수 있다. 울진공항은 애초부터 잘못된 수요예측과 정치논리로 시작해 건설된 공항이라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없다 보니 비행교육장으로 돌려진 곳이다. 이야말로 정부의 비전문적 시각을 드러낸 좋은 사례이다.

또 서울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도심에서의 비행을 금지시키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나는 항공법에 정해진 고도규정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기는 비행 중에 600m 거리 이내에 있는 건물의 상단에서 최소 3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정상 비행 중인 항공기가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면 무조건 불법이 되며 만약에 강남의 고층 건물 지역을 비행한다면 최소한 고도 500m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이 규정만 잘 지키면 안전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잠실 헬기장을 폐지하자는 논의도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보다 더 고층건물이 많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도 헬기장이 강 위에 만들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업무용, 관광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경우 한강이 굽어져 있기 때문에 고속으로 비행하거나 시계가 불량하면 건물이 있는 지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종사가 법에 정해진 고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항공에 관련된 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강북은 비행금지구역(P-73)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항공선진국인 일본은 땅값이 한국보다 비싼 나라이지만 도쿄 도심에서 50km 이내에 800m 길이의 경비행장을 5개나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일반항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여러 가지 육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얼마 전 경량항공 수도권 이착륙장 입지조사에 대한 국토교통부 용역발표회가 있었으며 경기 화성시의 화옹 간척지를 최적지로 선정하였다. 항공은 일차적으로 국토부 소관이지만 국방부, 농림축산부 등 많은 부서와 연관이 되어 있다. 정부 부처 간의 의견이 충돌할 때 이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기능이 부족해서 합의 도출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조중열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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